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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2차 공판

원조시지프스 2012. 12. 29. 07:34

아직도 마음은 허공을 떠도는 멘붕 상태이다. 누구든 인생살이에 몇 번은 겪는 과정이라지만 기꺼이 최선을 다했고 투표의 정설을 믿었기에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한 노익장 회원께서는 아직도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지 벌써 몇 번째 수화기가 날릴 듯한 한숨을 보내오시고...

 

어쩌겠나? 이럴 땐 일이 최고이다.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 습관적으로 직업으로 하는 일, 취미로 하는 일, 여하튼 세상이 없는 듯 몰입할 수 있는 일, 그 중 몸으로 하는 일이 최고아닐까.

 

어제 노무현재단을 이거 “정신병자”아닌가? 감탄시켰던,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 패륜아의 2차 공판에 다녀왔다. 공판에 앞서 준비운동오픈게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과 후문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이 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 읍소하는 1인시위를 했다. 조신하게.

 

공판에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증인으로 채택되어 검찰과 패륜아 측 변호사(박기동)의 질문에 진술하였다.

 

의외였던 것은 증인진술 서두에 검찰이 곽 변호사에게 소송을 취하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증인은 피고인은 조 씨를 바라보며 (저 X은) 사과 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그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피고인은 흘끗 곁눈질로 바라보다 이내 눈을 깔고^^. 이 ‘충분한 기회’가 오늘 법정 개그의 소제가 될 줄이야.

 

길고 긴 시간을 할애하여 박기동과 조 씨는 번갈아가며 그들은 사과하려는 충분한 시도를 했었다고 말 했다. 어떻게 했냐면, 대통령님 2주기 때 조 씨가 측근을 시켜 자기가 찾아가서 사과를 해도 되겠냐고 타진을 할 정도로. 그러나 진술이 늘어지면서 그 측근이 박기동 변호사였고 그 측근이라는 게 또 한 다리를 건너는 측근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그래서 어쩌고 저쩌고 ...

 

‘잠깐만요!’ 이성호 판사님 왈. ‘그러니깐 본인은 안 가고 이렇게 저렇게 돌려서 그렇게 사과를 하려고... 물어보게 했었다는 겁니까?’

조씨 일행: #________#

이성호 판사: ‘증인께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곽: ‘없습니다.’

이성호 판사: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통상적으로 그런 걸 사과라고 할까요?’

 

두 번째 쟁점은 역시 비자금이 있다는 차명계좌에 대한 논란이었다. 그들은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 청와대 여직원 2명 명의의 계좌가 그 계좌임을 입증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증거자료를 가져왔다. 이번에는 변호사는 넥타이만 만지고 있고 조씨가 직접 일어나 스크린을 이용해 왜 그 계좌가 차명계좌여야 되는지를 그 긴 멀리를 끄덕대며 발표했다.

 

이에 검찰은 반론에서 세상에, 평균 잔고가 300만원 밖에 안 되고, 슈퍼마켓에서 돈 나가고 학원비 나가고, 때로는 마이너스도 생성되는 차명계좌는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다는 식으로 잘 답변해 주었다. 끝까지 마이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조 씨에게 판사님은 ‘그 (따위) 진술은 지금 할 때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잘 커트해주셨습니다.

 

오늘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님, 참 멋졌다. 아부가 아니라 검찰이나 피고인 측에 적절하게 태클을 걸면서 재판의 규칙과 자신의 판단 방침에 대해 밝혀주었다. 일단 판사님의 재판 관리 태도와 인품은 우리에게 또 피고인에게도 전혀 불리하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예, 이런 것도 다행이라고 좋아하는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다음 3차 공판 때는 전 청와대 행정직 여직원 두 명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합의되었습니다. 또 그 다음 공판 때는 조 씨 일행이 문재인 의원님을 증인으로 요구한 상태이다.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패륜의 정석을 보여준다. 다음 공판일은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오후 3시에 있을 예정이다.

 

오늘 곽 변호사님의 명언, “차명계좌가 있다고 확신한다면 전직 경찰청장으로서 법질서 수호를 위해 권양숙 여사 등을 고발하면 되시고, 사실이 아니면 무고죄로 처벌받으시면 될 것.”

 

p.s) 어제 다음 포털에서 댓글 조작하는 걸 발견했다. 저녁 식사 전에 연합뉴스 댓글이 800개를 넘었는데 식사 후에 보니 7,8개. 다른 신문사의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보니 그나마 있던 글들도 다 사라졌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