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주자적

쇠비름

원조시지프스 2013. 7. 10. 15:07

 

 

쇠비름은 땡볕 아래 뿌리가 뽑혀 누워 죽어가다가도 어느새 다시 뿌리를 내리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풀이다. 밤에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특이한 광합성 시스템으로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고 두꺼운 잎 속에는 점착물질을 두어 다시 한번 수분 증발을 차단한다. 이는 쇠비름만의 생존전략이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에 적응하려고 오랜 세월 무던히도 노력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렇게 영리하고 강인한 쇠비름은 예전부터 먹으면 오래 산다 하여 장명채라 불러왔고, 지금도 나물이나 효소로 혹은 장아찌로 담가 먹고 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뿌리째 뽑아 내어 열흘 밤 열흘 낮 말려 봐라.

수액 한 방울 안 남도록 두었다

뿌리 흙 탁탁 털어 가축떼에게 먹여 봐라.

씹히고 씹히어 어둡고 긴 창자에 갇히었다

검게 썩은 똥으로만 나와 봐라.

서녘 하늘 비구름 육칠월 밤 달무리로

장마비 낮은 하늘에 불러올 때

팥밭의 거름 속에 숨어 빗줄기 붙들고

핏발 같은 줄기들 다시 흙 위에 꺼내리니

연보라 팥꽃 새에 이놈의 쇠비름

이 질긴 놈의 쇠비름 소리 또 듣게 되리라.

머리채를 잡힌 채

아아, 이렇게 끌리어 가도.

 

- 도종환 -

 

 농사를 짓고 밭을 매 본 사람은 압니다. 흙은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고마워해야 할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밭을 매고 풀을 뽑는 일이 농사 중에 가장 힘든 일인 걸 알지만 풀이 곧 원수는 아닙니다. 풀을 원수로 여기고 제초제를 마구 뿌리면 당장 품은 덜 들지만 땅이 죽고 땅속의 유기물이 다 죽습니다. 땅이 살아 있지 못하면 농사도 망치고 좋은 먹을거리를 얻지 못하고 맙니다.

  밭농사를 지으며 풀을 이기려고 하는 이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풀에는 독초만 있는 게 아니라 약초도 있고 해로운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 입맛을 돋우는 좋은 찬거리도 많습니다. 농사를 짓다가 나는 결국 풀에게 집니다. 쇠비름은 뽑아내어 밭둑에 던져놓아도 죽지 않습니다. 소에게 먹여도 소똥 속에 섞여 나왔다가 다시 싹을 틔웁니다. 그러니 어떻게 풀들을 이기겠습니까? 풀에게 져야 내년 봄에도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국민을 이기려 하는 정부는 바보입니다. 원인을 바로 읽어내지 못한 채 아무리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어도 촛불을 꺼지지 않습니다.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군홧발로 차고 밟는 걸 보며 온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여학생의 얼굴이 군홧발에 짓밟히는 걸 보며 국민들은 두려워하기보다 분노할 겁니다. 천 배 만 배 분노의 불길이 되어 번져 나갈 겁니다. "......머리채를 잡힌 채 아아, 이렇게 끌리어가도."  2008-06-06 도종환.

 


 

 

쇠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밭이나 길가에서 흔히 자란다. 오행초라고도 부른다. 음향오행설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운, 색깔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나. 생명력이 강해서 뿌리째 뽑혀도 오랫동안 살 수 있다. 그만큼 번식이 왕성해서 농사에 큰 피해를 주어 해로운 잡초로 간주되기도 한다.

 

줄기의 높이는 15-30㎝ 가량이다. 줄기는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아랫부분은 땅을 기고 윗부분은 비스듬히 선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마주나며 잎자루가 없으며 다육질이다. 5-8월경이 되면 5개의 꽃덮이를 가진 꽃이 가지 끝에 2-5개씩 피는데, 꽃자루가 없으며,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 되면 오므라든다. 7-12개의 수술이 있으며 열매는 개과로, 익으면 위의 반쪽이 모자처럼 떨어진다.

 

잎을 나물이나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다. 생약으로는 전초를 쓰며 마치현(馬齒莧: 말의 이빨을 닮았다는 뜻)이라 한다. 옥살산 칼슘과 같은 다량의 무기염과 도파민 등을 함유하여 한국과 중국에서는 해독, 이뇨약으로 쓰며, 서양에서는 건위, 천식, 방광염에 쓴다.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소금물로 살짝 데쳐 햇볕에 바싹 말려 묵나물로 저장해 두었다가 물에 불려 양념에 무치든지 기름에 볶아 먹으면 맛이 썩 좋다(고 한다). 아무 곳에나 흔하니 잘 준비하면 좋은 겨울 찬거리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