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이슬같은 오줌

원조시지프스 2014. 4. 2. 09:40

 

 

동뇨부 (童尿賦)

아기 오줌에 대한 서정시 

 

 

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장난을 한 날 밤이면 으례히 싸개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넓적다리를 흐르는 따근따근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

벌불: 들불

싸개동당: 오줌싸개의 왕

 

 

첫여름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앞에 나와서 물외포기에 당콩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앞에 밭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

 물외: 오이

당콩: 강낭콩

 

긴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오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 

 

  

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막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빛은 이슬같이 샛말갛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 백 석 -

 

백석은 발가벗고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그린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과 같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