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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십니까

원조시지프스 2014. 6. 6. 09:22

 

 

편안한 기분으로 책장에서 책 한 권 꺼냈다.

도종환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가 걸렸다.

아무렇게나 넘기니

 

 

폭설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리꽃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겨울 골짝에서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잠 못 이루는 밤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역시 던지는 시어(詩語)나 이미지의 전개가 대시인 답지 않은가~

폭설이 내리는 겨울에 홀로 수많은 얼굴을 떠올리다 던지는 고백,

'풀잎 하나를 사랑하는 일도 괴로움입니다.

그러니 그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벅찬 미션이겠는가!

 

그러면서도 미련은 있어 다시 수줍게 상대에게 묻는다, 후 아 유?

아이 엠 릴리, 란다.

(몇 년이 지난 시집인데 여기에 이미 도 시인의 창의적인 시작법이 나타났다.

시인 자신이 주체가 되면서 동시에 객체가 되는. 아직 문단에 보고된 바 없는

마르셀 프루스트적 문체가 아닐까?)

 

시인은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나 아니면 너 아니면 우리는)

겨울 골짜기에서 피는가 싶더니 지는 꽃 한송이에 불과하더라고 말한다.

(겨울에도 꽃이 피고, 둘 다 슬프고 허망하고 그렇다는 거.....예요?)

 

갑자기 좀 읽기가 불편하다. 이어지는 나머지 부분도 그렇고

마지막 연은

 

혼자 사랑

혼자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이다.

어쩌자는 이야기일까? 문득

작품의 제목을 보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책 타이틀이다.

그 위에는 <제 1 부>라고 적혀 있었다.

 

 

 

목차였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