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서반(Andrei Serban)의
안드레이 서반의 춘향이는 독고다이인가.
왜 무대 위의 창극이 다 끝났는데도 홀로 관객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 하지 않았을까?
국립창극단이 루마니아의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에 의뢰하여 전통 창극 춘향전을 무대에 올렸다 (2014 11/20 - 12/06). 원전의 배경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판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등에서 자주 시도되고 있는 연출방식이었다. 서반은 춘향의 정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옥에 갖힌 춘향이가 거지꼴로 나타난 몽룡에게 던진 첫 말이, '이 자식아, 뭐 하고 있었냐?'이다 (정확한 워딩이 아님). 극에서 이몽룡은 걍 전형적인 엄친아에 그치고 변학도는 다카키 마사오의 호색기질+두화니의 포악성+명바기표 사기성의 총합세트 수준으로 처리했다. 그래서 판소리 백미인 변 씨 징벌의 카타르시스는 없다. 방자의 개그도 불행히 내 기억과 추억 속의 기준을 넘지 못했다.
무대 위의 관객 배우들이 춘향이가 보여준 정절의 의의와 의미에 대해 진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극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바탕의 춤과 소리로 시끌벅적한 화합의 장을 만들어 관객들과 작별하는 전통적인 판소리나 마당극과는 크게 대비되는 이 창극(唱劇)의 비창극적 주제다. 몽룡이가 춘향이를 구했지만 그 이후의 일은 ‘댁들이 알아서 판단’하시라는 안드레이 서반의 코멘트.
옥에 티는 그 마지막 대사들이 자막으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 판소리 창이나 대사에 국한하여 영어와 한글 자막을 올리다 보니 정작 연출자의 핵심 의도를 보여준 라스트신의 감동은 국내 관객, 한글 전용 관객에 한정되었을 듯.
춘향이의 그네 타는 모습이 참 예뻤다. 대체적으로 배우들의 안무가 튀지도 않고 극에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무 총책임자가 안은미 씨다. 여전히 빡빡 깍은 머리지만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쾌차하시고 다시 무대에 오르시길.
가장 인상 깊었고 배꼽 잡았던 장면.
춘향이와 몽룡이가 첫 새벽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방자가 몽룡에게 건내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아빠의 음성.
"너 지금 (수능이 코앞인데)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