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모영 + 링클레이터 = 김병기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선생님의 구김살 없는 맑고맑은 리더십 덕분에.
사랑의 완성을 보여준 진모영 감독의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누적 관객수가 성탄절에 300만명을 넘어섰다.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가르침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감탄스러운 작품. 남자 주인공은 별세하셨고 여자 주인공은 묻지마 방문객들을 피해 자녀들 댁으로 피신해 잘 계신다니, 이 무슨 ... <워낭소리>에 이은 기념비적인 독립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 해외로도 널리 알려지길 빈다.
한 소년의 12년 성장기를 찍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도 똑같은 이유에서 큰 감동 또 감동이다. 미국적인 가족체계에서 한국적인 분위기의 가정이 나타나고 한 권의 성경책이 갖는 사연이 십자가 건물이 지천에 깔린 대한민국 기독교계보다 더 교훈적인 영화. 주인공 아이가 나이 든 모습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그 할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비약적인 상상. 이 작품은 국내에서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흥미로운 점은 링클레이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 '한 해 분량을 찍고 나면 그 다음 스토리를 생각하고, 그동안 찍어놓은 필름을 편집하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해 나갔다고 한다'고 (유선희 한겨레신문 기자).
바로 김병기 화백(98: 1916년 평양 출생)이 전해주던 작품 완성법이다. 그는 작품의 주제를 잡고 붓을 놀리다보면 조금씩 방법이 나오고 전체적인 그림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대상의 재현이 아닌 존재에 대한 성찰이라고 그랬나. 풍경화는 이 한국근현대미술의 산 증인을 통해 인간과 현실, 역사,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앞에서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 있어도 뭔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김병기 화백의 작품들을 '감각의 분할'전이란 제목으로 전시한다. 내년 2월 말까지. 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화백의 다큐멘터리를 먼저 관람하면 좋다. 작품 앞에 서면 인상은 풀리고 감상은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