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손 안 대고 코 풀어주는 직업

원조시지프스 2015. 1. 29. 15:53

 

 

철옹성같던 지지율 40%가 박살나고 30%까지 깨지는 모습을 보니 궁정동 최후의 만찬이 생각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공무원을 동원하다시피 했는데도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스스로도 자신은 짝퉁 대통령임을 알고 있었겠지. 인간이라면 참 민망하셨을 거다. 짐작컨데 술을 자시든 계집질을 하시든, 인간이라면 굉장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셨을 듯 ㅜㅜ.

 

겨울철에 외출을 하면 이상하게 콧물이 자주 생긴다. 생리학적으로는 차가운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코 안에 있는 지각신경의 말단에 자극을 받아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증가하는 일종의 반사작용이라고 한다. 이 지각신경에 한해 좀 민감한가 보다. 동일한 조건에 있는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코를 푸는 횟수가 많으니.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능숙하게 코를 푸는 것 같다. 코 푸는 모습이 얼마나 자주 노출되었는지 한 지인으로부터 "어쩜, 그렇게 잘 푸셔요!" 감탄을 받기까지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야외 비무장 상태에서 코를 풀려면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하다. 사시사철 손수건을 휴대하는 신사숙녀 여러분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비법이나 살아가는데 한 번이라도 손수건은 물론 휴지 조각 하나 없는 상태에서 콧물이 안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들 시점에 문득 자신에게는 어떤 밑씻개 자재도  없음을 깨닫고는 ... 라는 무용담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 말이다. 어떤 인공적인 자재 없이 우리 손으로 우리 몸의 부산물을 배출해 내는 기술은 본능적인 깜빡거림으로 먼지를 차단하는 눈 운동 수준으로 발달시켜야 할 가치와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생태학적으로 대단히 건강한 자연친화적 국민기술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코 풀기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식() 차원으로 격상되었다. 치깐의 똥 치우는 것도 아니고 자기 몸 안의 이물질을 빼내는 일에 남의 손을 이용하는 지체 높은 분들이 생겼다는 것. 당연히 코풀기 대행업소들도 창조경제의 물살을 타고 우후죽순이다. 어트케 남의 코를 마치 자기 코처럼 완벽하게 제어하여 풀어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다. 어트케 감히 주인 어른 코를 손구락으로 꽉 잡고 "자, 흥 하세요!"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짐작하건데 시술자가 콧물을 흡입하여 적출하는 시술법을 사용하지 않을까 한다. 빨대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할 사람이 있지만, 주군의 콧구멍이 뭐 사이다나 쥬스 캔도 아니고 어찌 그런 볼썽사나운 짓을 할 수 있겠냐. 그냥 두 입술로 주군의 콧부리 부근을 덮어 오염된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면서 혓바닥으로 콧물(이나 코딱지)이 없는 구멍을 원천 봉쇄하여 헛힘을 선제적으로 예방함과 동시에 콧물로 막힌 구멍을 생굴 빨아먹듯 쪽 소리 내서 단번에 빨아줘야 할 것이다. 두 구멍이 다 막혔으면 시술자의 노력은 좀 줄어들 겠고.

 

그런데 일 주일 동안 지구상의 모든 검색엔지들을 동원해 연구해 보니 이 기술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는 의뢰인이라면 시술자를 수족처럼 거느릴 정도는 될 것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부를 때마다 '왼쪽 파, 오른쪽 파. 조금 여리게 그러나 충분히 시원하게' 등등 시시콜콜 굴착에 관한 세부지시를 내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정도 기술로 개업한 최고의 시술자라면 (보관중인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고객의 코 색상과 농담, 변형된 형태, 두 콧구멍 간 초초미세한 바람 세기의 차이를 보고 한눈에 두 구멍 중 어디 아니면 각 구멍의 어느 위치에 어떤 모양의 콧물(이나 코딱지)이 어느 정도의 부피로 얼마만한 접착력을 갖고 자리 잡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필수이자 핵심이요 관건이라고 한다.

 

불행히 이 정도로 손님의 콧속 사정을 나무대기 두 개로 지하수 찾 듯 찾아내는 득도의 경지에 오른 자는 이 나라에서 극극소수란다. 게다가 이 경지에 오를 정도가 되면 대부분이 틀니를 하거나 머리털이 거의 없는 연령대에 도달하게 되어 직접적인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좀 직접 빨아보겠다고 나섰다가 콧물과 틀니가 손님 콧잔등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사태라도 발생하면 어쩌겠냐는 배려 때문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조금 젊은 인턴시술자들을 엄선하여 특채하니 그들 거의가 S대 법대 출신이라고 한다. 아니, 어째서 의대가 아니고 법대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대의 마스코트는 아스클레피오스 즉, 지팡이와 뱀이고 법대는 정의의 여신 디케 즉, 칼과 저울이기 때문이다. 콧구멍을 지팡이나 뱀으로 쑤시는 것과 콧물을 칼 손잡이로 살살 긁어 빼거나 코딱지를 칼로 싹뚝 잘라 끝으로 콕 찍어내 좌우 콧구멍의 통로 용량과 기능을 저울에 단 듯 똑같이 유지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고객들에게 어필하겠나?

 

그래서 오늘도 그 ㄴ은 우아한 의상을 걸치고

단정하나 꼿꼿하게 옥좌에 앉아 신하들을 내려다 보면서

살짝살짝 고갯짓만 하면서 코를 흔들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