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똥고집의 한계
곽병찬 대기자의 현장칼럼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그러니 당연히 세계에서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귀향>은 대다수 바른 영화들이 그렇듯 국민성금으로 힘들게 촬영에 들어갔다고. 곽 기자는 귀향의 주제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짝퉁에게 '역대 어느 정상보다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치하 한다. 그러면서 '매년 한두 편씩 꼭 영화관에' 가던데 어트케 모두 '흥행에 성공한 대작'만 가셔서 영화도 정치적으로 소비한다는 지적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에게 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그런 오해를 풀 수'도 있다는 개과천선의 힌트를 던지며 칼럼을 마무리한다.
짝퉁은 그런 오해를 풀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한 대답은 이제훈 사회정책부장님의 <대통령은 그때 왜?>라는 글에서 찾을 수 있다. 『2013년 11월13일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대륙을 단일 경제권으로 발전시키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길게 설명한다. 푸틴 대통령은 무반응. 다른 얘기가 오가는데 박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거듭 강조한다. 박 대통령을 멀뚱히 바라보던 푸틴이 입을 뗀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실현하실 계획이지요?” 그런데 “박 대통령은 순간 멈칫하더니 주위를 돌아보더라”는 게 한 회담 참석자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왜 바로 답변하지 못했을까?』
새삼 이 시점에서 그의 '원칙'으로 과대포장되었던, 대책 없이 무모하고 몰상식한 똥고집을 다시 거듭해서 입증했다고 좋아 할 필요는 하나도 없겠다. 일반 국민으로는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는 배짱과 배경으로 딸 아이를 수원대학교 정교수로 집어넣으시고, 오늘은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국민의 근면성을 걱정하시는 김무성 님이 나와 함께 짝퉁 흉보기에 동참한 이 시점에서 말이다. 한 배에서 나왔으면서도, 서로 칼을 품고 지지고 볶으면서도, 주거니받거니 정권을 농단하는 이들의 유희를 보고 있자니 누가 3년 후 '이명박근혜의 무성'이라는 연옥 등장이 허황된 시나리오가 아니리고 주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