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류재준 폴란드 1급 훈장 받는다

원조시지프스 2015. 10. 21. 08:13

2015년 10월 15일

 

작곡가 류재준(45)씨가 폴란드 정부 1급 문화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Gloria Artis)를 받게 되었다. 역대 수훈자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등이 있다. 음악가로는 작곡가 겸 지휘자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피에르 불레즈,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같은 거장들이 있다. 폴란드 정부가 류씨를 이들 반열에 올린 셈.

 

그의 음악을 직접 들어볼 가장 가까운 기회는 11월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오푸스의 정기연주회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

 

 

 


2013년 9월 12일

 

류재준 "친일 행적 유감" 난파음악상 거부

 

"음악상 요강, 홍난파 친일 부인하는 듯… 이전 수상자 중 이해할 수 없는 분도"

소프라노 임선혜로 수상자 변경

거장 펜데레츠키의 후계자 류재준 국내보다 유럽서 더 인정받는 작곡가

18회 수상 김대진 "예술은 정치와 무관"… "소신 있는 결정" 지지하는 반응도

한국일보 | 김소연기자 | 입력2013.09.11 21:29 | 수정2013.09.12 02:27

기사 내용

작곡가 류재준(43)씨가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는 난파음악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이 상이 제정된 1968년 이래 수상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난파기념사업회는 10일 류씨를 올해 제 46대 난파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류씨가 수상을 거부함에 따라 이튿날 소프라노 임선혜(37)씨로 수상자를 변경했다.

↑ 작곡가 류재준씨는 “홍난파의 친일 행적을 알게 된 이상 난파음악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부 보기

 

류재준씨는 “10일 난파기념사업회 쪽에 양심에 따라 난파음악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는 “정확한 수상 거부 이유는 친일파 음악인 이름으로 받기도 싫을뿐더러 이제껏 수상했던 분들 중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회의를 느껴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류재준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폴란드 크라쿠프음악원을 졸업한 뒤 ‘앙상블 오푸스’의 음악감독과 ‘카잘스(카살스) 페스티벌 인 코리아’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현대음악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수제자로서 <진혼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발표하면서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잘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난파기념사업회 쪽은 “이 상을 제정한 이래 수상 거부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본인이 거부하겠다니 억지로 상을 떠밀어 안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사업회 쪽은 다른 음악가를 수상자로 재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난파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의 대표적인 친일단체인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했고, ‘희망의 아침’, ‘태평양행진곡’, ‘출정병사를 보내는 노래’, ‘애국행진곡’ 등의 친일 가요를 작곡한 사실이 밝혀져 친일 논란을 빚고 있다.

 

난파음악상은 1968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를 1회 수상자로 선정한 뒤 백건우(피아노), 정명훈(피아노·지휘), 강동석(바이올린), 금난새(지휘), 김남윤(바이올린), 장영주(바이올린), 조수미(성악), 신영옥(성악), 장한나(첼로), 백혜선(피아노)씨 등이 수상했다.

 

 

 


9/12자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류재준 씨가 수상을 거부한 난파음악상의 대체 수상인으로 지명된 소프라노 임선혜 씨 역시 수상을 거부했다는.

[진짜인가 보기]

 

 

 


“홍난파 친일행각 포장에 이용당하기 싫었다”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한 류재준 작곡가

소프라노 임선혜씨도 수상 거부
54년만에 처음으로 수상자 없어
“예술가, 사회 외면은 비윤리적”
한겨레 김영희 기자기자블로그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한 류재준(43) 작곡가 /뉴시스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한 류재준 작곡가

소프라노 임선혜씨도 수상 거부
54년만에 처음으로 수상자 없어
“예술가, 사회 외면은 비윤리적”

 

최근 작곡가 류재준(43)씨와 소프라노 임선혜(37)씨가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는 ‘제46대 난파음악상’ 수상을 잇달아 거부해 국내 음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친일파 음악인 이름으로 상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작곡가 홍난파의 친일 행적에 문제를 제기한 류재준씨를 14일 밤 서울 방배동 자택 앞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폴란드 크라코프 음악원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80)를 사사한 작곡가다. 대표작 ‘진혼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으로 국내보다 국외에 더 알려져 있다.

 

 “우리 음악계가 홍난파의 과거 친일 행위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으면서 그의 업적만을 과장하고 있어요. 홍난파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그가 서양음악을 한국에 처음 가져온 선구자이고 그의 업적을 기리자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어요. 그런데 난파기념사업회가 ‘난파음악상’을 가지고 홍난파의 친일행각을 포장하거나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데에 이용당하기 싫었습니다.”

 

 그는 “홍난파가 일본강점기에 모진 고문을 받고 나서 친일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가 한국 음악사에 많은 업적을 남긴 것은 인정하지만 그런 과오도 엄청난 것이 사실인데 이를 숨기고 포장하는 데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음악협회(회장 오현규 난파기념사업회 회장)가 해마다 난파음악상 수상자를 초청해 벌이는 ‘난파음악회’ 소개 자료를 보여주었다. 그 자료는 “우리의 음악인을 우리 스스로 저버리는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픈 역사 속에 저지른 과오를 과장된 평가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중한 우리의 음악인을 잃는 또 한번의 아픔을 겪게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홍난파의 과거를 소개하고 있다.

 류씨는 “홍난파의 무엇이 ‘과장된 평가’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홍난파는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봉선화’를 작곡하고 미국유학 중에도 항일운동을 펼쳤으나, 일본 경찰에 검거된 뒤에는 사상 전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선총독부의 대표적인 친일단체인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했고, ‘희망의 아침’, ‘태평양행진곡’, ‘출정병사를 보내는 노래’, ‘애국행진곡’ 등의 친일 가요를 작곡한 사실이 밝혀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난파음악상은 해마다 한국 음악을 빛나게 한 음악인에게 주어지는데, 난파기념사업회에서 음악가를 선정하고 경기도지회에서 시상을 주관한다. 그동안 정경화·백건우·정명훈·신영옥·조수미·장한나 등이 수상하였다.

 

 류씨는 “친일파라는 행적을 문제 삼는 것보다는 그것을 현재에 가져와서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서 입맛에 맞춰서 재단질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저의 수상 거부로 기존 수상자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사람들이 저에게 ‘바그너는 반유대주의자였고 나치가 이용했다. 그렇다고 바그너의 위대한 음악을 저버려야 하느냐?’라고 말해요. 저 또한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인 것은 그 당시 사회상이 만든 부작용이라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홍난파가 친일을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치가 그걸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고 장난친 것은 굉장히 위험한 거죠. 요즘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친일 형태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저는 홍난파를 무조건 욕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적을 현대의 시각으로 미화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친일까지도 덮여두려는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상을 거부하고 난 뒤 누군가 ‘왜 문제를 일으키느냐?’라고 핀잔을 주었는데 예술가가 사회에 대해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나 로스트로포비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도 평생을 독재에 대항해서 싸웠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상에는 “소신있는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견과 “예술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기특한 면도 있네… 이 친구, 골 때리는 녀석입니다”라는 글을 달았다.

 “많은 음악인이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연주자들이 ‘할 말은 했다’고 격려해주셨어요. 피아니스트 이아무개 선생이나 바이올리니스트 김아무개 선생은 ‘독주회에서 너의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난파음악상’ 문제나 최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문제는 우리 역사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서 불거진 문제”라며 “저로 비롯된 논란이 친일 예술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