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동행 2

원조시지프스 2016. 1. 4. 04:20





아이는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서로 각자의 바람이 일치된 아주 드문 기회였다.




모녀의 미소.

화들짝 렌즈를 들어올린 나의 모습이 우스웠을까.



관장님은 인증샷이 필요했을 거다.

그래도 부관장은 무슨 죄인가.

엄청 추웠다.




옷을 잔뜩 껴입은 패션으로는 뭔가를 잘 잊어 버려요.

혼잡한 인파 속에서는 방금 내 눈앞에서 떨어진 목도리를 주인에게 찾아 주기도 쉽지 않고요.

아마 좋은 세상이란 우연히 홀로 남은 당신과 같은 한 짝들의 연대가 아닐까 해요. 

- 시지프스, 나쁜 나라 -




녀석들의 오픈 마인드

그래, 학원에 잘 다녀오고.









3학년 1반 교실에서 한 아빠가 고인이 된 자녀들을 위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안녕하세요?"

내가 헛들었는가?






철물점 지나 농방籠房 그 건너가 바로 이발소,

엿도가에 잇대어 푸줏간 그 옆이 호떡집, 이어

여보세요 부르면 딱부리 아줌마 눈 부릅뜨고

어서 옵쇼 내다볼 것 같은 신발가게.

처음 걷는 길인데도 고향처럼 낯이 익어.

말이 다르고 웃음이 다른 고장인데도,

서로들 사는 것이 비슷비슷해 보이고.



그러다 내 고장에 와서 나는 남이 된다,

큰길도 골목도 달라진 게 없는데도.

너무 익숙해 들여다보면 장바닥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로 가득하고,

술집은 표정 모를 얼굴들로 소란스럽다.

말이 같고 몸짓이 같아 오히려 낯이 서니

서로들 사는 것이 이렇게도 다른 걸까.



나와 세상 사이에는 강물이 있나보다.



먼 세상과 나를 하나로 잇는 강물이, 그리고

가까운 세상과 나를 가르는 강물이.


- 신경림, 나와 세상 사이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