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미사

광화문의 2016 전반기: 세월호 진실 촉구 미사

원조시지프스 2016. 1. 5. 17:12

시작기도: 시국기도문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어두운 권력을 사라지게 하시고

이 땅에서 오로지 당신의 정의만 흐르게 하소서.

가난하여 눈물 흘리는 사람 없게 하시고

억울하여 하소연 하는 사람 없게 하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착한 사람이 대접받게 하시고

이 땅에서 의로운 사람이 인정받게 하소서.

당신의 법에 따라 죄인들이 참회하고

국민들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 이루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마침성가는 <내 발을 씻기신 예수>.

신부님은 강론에서 복음의 완성에 대해 말씀하셨다.

강론을 다시 내 식으로 해석하자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긴 행위에 주목하지 말고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그 씻김의 정신을 보자는 의미였다. 생색에 연연하지 말자는.


신부생활 15년은 어디에서 별 생생 낼 경력은 아니라는 이 날 즈음에

한 유성기업 노동자의 말이 언론에 실렸다.

"열심히 싸워 보려고 했는데 한진중공업 투쟁 때문에 우리 싸움이 묻혀 버렸어요.

한진중공업 투쟁이 마무리되고 우리가 또 싸움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쌍용차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 투쟁이 또 묻혀 버렸습니다."

풍찬노숙의 싸움이 5년을 넘어섰다는 이야기.



성찬식에서는 수녀님과 신자들도 정말 오랜만에 포도주까지 마셨다.




때론 개그맨 나와바리까지 들락거리시는 신부님들.

신자가 적을수록 미사가 살아나는 듯한 이 웃픈 세월에

광화문 세월호 성당은

요나를 삼킨 큰 물고기가 아니라

요나를 뱉어낸 지혜와 용기의 물고기.



예수는 당신의 고향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알던 예수와 현재의 예수,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는 예수가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여기와 관계를 맺지 못하는 희망과 믿음은 거짓이다.

창문 밖의 반영처럼.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여

저들이 돌아와 용서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



예수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자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 ....



소공동체 미사의 백미는 '평화 나누기'


주책없는 형제/자매 너무 많아서

로마가 정한 대로 나눴다, 우리의 평화.

샬롬.




각 본당에 미사가 있음에도 또 많은 신부님들이 이끌어 주신다.

그나마 얕은 신앙심은 바람도 없는 칼추위 앞에서 헉헉 밭은숨을 몰아 쉰다.

모처럼 악을 쓰며 성가로 귀신이 아닌 추위를 쫓는다. 다행히 분위기가 일치했다.

 



새해 첫 광화문야외미사.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신부님들이 오셨다.

그 이상으로 많은 수녀님들이 오셨고

또 많은 신자들이 서서 함께

병신년의 한 추운 밤을 이겼다.




마침기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


자비로우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십자가 희생이 우리의 구원이 되었듯이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하소서.

무관심과 세속의 영욕 속에서

안일하게 살아온 저희의 죄를 뉘우치오니

용서와 지비를 베푸시고,

유가족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힘과 용기를 주소서.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비리로 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우리에게 시대의 징표를 알아볼 수 있는

신앙의 눈을 밝혀 주시고

고통당하는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하느님의 뜻을 귀담아 듣게 하소서.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위로자이신 통고의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