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뒤집어보기

친노가 빠진 문재인캠프 유감입니다

원조시지프스 2012. 9. 26. 17:34

“친노 인사들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동교동 7가신이 임명직 포기 선언을 해서 많은 감동을 주었고, 내부에서 공간이 열린 일이 있다.” 이종걸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연 쇄신 토론회에서 당의 변화와 문재인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며 한 말입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에 참여했고 이 때문에 노무현의 이미지가 그에게 당연히 투영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는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노무현의 비서실장,' '노무현의 친구'라는 인식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러한 이미지를 타개하는 것은 노무현과 거리를 두고 나아가 노무현을 밟고 넘어설 때만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에 대한 동아대학교 교수 정희준이 프레시안의 <‘정희준의 어퍼컷’ 문재인은 盧를 넘어설 수 있을까>에 기고한 글의 일부입니다. (이 분 전공을 찾아보니 스포츠 사회학이랍니다.) 
 

반박 해봅니다. 이종걸과 정희준의 주장에서 또 다른 조중동을 봅니다. 조중동이 구사하는 글쓰기 전략은 대충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가지치기입니다. 보기 좋은 몸통만 남겨놓고 곁가지 사실들은 모두 배제한 체 거기에서부터 썰을 풀어가기 시작하는 전략입니다. 감기 걸려 찾아온 환자에게 CT촬영부터 권하는 사이비 의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이비 지식인이 이들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들 주장의 치명적인 오류는 사실과 전혀 달리 왜곡된 ‘노무현 프레임’, ‘친노 프레임’에서 썰이 시작됐다는데 있습니다. 왜 그런가는 조기숙 교수가 더 할 바 없이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진보지식인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정 교수는 장문의 글에서 자기가 아는 지식의 범위에서 문 후보의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실책에 대한 사과 부재를 질책하며 홀로서기를 강조했습니다. 또 안철수와 문재인을 놓고 고민하는 유권자들을 위해서라도 문 후보가 노무현보다 더 나은, 더 큰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민주당 박선숙의 안철수 캠프 참가를 한 예로 들면서 ‘박선숙은 변화의 가능성을 민주당보다는 안철수에게서 본 것이다’라고 해석했습니다. 그가 박을 얼마나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꼭 그런 해석만 가능한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이 필요한 것은 '용광로'가 아니라 '읍참마속'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친노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은 것에 만족할 게 아니다. 뒤에도 앉히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선기획단에서 결정한 사안이 이들에 의해 엎어지는 경우는 없을까. 나는 이게 '과도한 상상'이 아닐까 싶었는데 모 기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거의 100퍼센트'라고 답한다. 사실 지난 총선 때 이미 목격하지 않았나.’고 그 근거를 댑니다.

 

그러면서 다시 ‘그 기자는 문재인이 친노 핵심 인사들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외부 수혈도 힘들어지고 결국 안철수와의 영입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또 내부 단속도 힘들어진다. '들러리'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친노 논란이 재점화 되면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노무현을 넘어서려면 노무현의 실책을 인정하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채웠던 그릇을 문재인은 푹 덜어내고 새로 담아야 한다. '노무현 시즌 2'로 이길 수 있을까. 어렵다. 노무현을 넘어서는 결단력을 보일 때 가능해진다. 대통령 되는 게 어디 쉽겠는가. 대통령, '담담하게' 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그의 글을 끝맺습니다.

 

철저히 자신들이 혐오하는 ‘친노’를 배제하고 문재인 코드로만 가야 한다는 이 어거지. 익명의, 증명되지 않은, 입증 불가한 반노들의 합창을 침소붕대하여 저지르는 묻지마 읍참마속이라니!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는 것 포기해야겠습니까. 방안의 은둔자(^^)같은 제가 국회의원 이종걸이나 지식인 정희준 같은 자들이 그들이 속한 세계에 얼마나 많은지 또 그들의 생각이 대표성이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사실, 즉 문재인 캠프에서 이른바 참여정부의 실세들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 앞에서 이렇게도 정반대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반대로 이종걸 의원이나 정 교수 등의 어깃장에 대해 친노가 문재인캠프에 필요한 세 가지이유를 주장해봅니다.  하나, 이명박이 대한민국 곳간을 털어먹을 때 들이댄 논리의 말쑥한 표현과 현란하게 쏟아내는 박근혜의 정책들은 사실 먹고살기 바쁜 우리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들의 허와 실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막말로 박 씨와 문재인 후보의 정책이 똑같다고 했을 때 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사람을 뽑아야 하겠습니까? 결국 사람 됨됨이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정책을 수행하더라도 지도자의 됨됨이에 따라 그 결실의 열매가 어느 주머니에 들어갈지 결정될 것입니다. 자명한 이치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거듭되는 여론조사에서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대통령입니다. 그런 분을 모시고 일 했던 사람들을 읍참마속해야겠습니까, 중용해야겠습니까. DJ가 대통령이 되고자 했을 때 일선에서 물러서자는 정치적 전술을 부린 동교동계 가신들과 참여정부의 실세들이 같은 레벨입니까. 당장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끌어오자고 노통 밑에서 정치를 배우고 국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배척하자고 한다면 막상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런 노통 학생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부려먹지 않겠다는 겁니까. 아니면 그땐 또 다른 겁니까.

 

둘, 제 개인적인 깨달음입니다. 노무현재단의 시민학교 강사님들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경우에서 노통과(科)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다가가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고 참 많은 사실들을 배우고 감동했습니다. 특히 노무현과 개인적으로 아무 인연이 없다 ‘’로 맺어져 노통의 학생이 된 분들의 강의는 그 감동이 두 배입니다. 그 분들은 나서지 (나대지) 않았어도 남부럽지 않게 살다 편안한 노후가 보장된 분들이기에 그렇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 많을수록 우리 국민의 삶이 윤택해집니다. 현재는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나중에 인정받을 정권을 선택해야 우리 후손의 삶도 더 윤택해질 것입니다. 이런 분들을 발탁한 게 노무현의 능력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능력이 바로 노통의 직계 학생들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선거공학적으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이른바 ‘친노’ 정치인을 캠프에서 배제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캠프에 주저앉혀 다른 멤버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셋, 변양균의 ‘따뜻한 경제학’을 보면 정부가 정책을 수립한 후 실제로 집행되기 까지 걸리는 기간이 3년이라고 합니다. 바로 대통령 인수위가 출범할 때 이미 정책의 얼개가 완성되어야할 이유입니다. 노무현의 공을 이어갈 분이 노무현 밑에서 일 한 핵심 직원들을 배제하면 새 정권 출범 때 제대로 된 국정청사진은 기대난망일 것입니다. 아무리 선거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더라도 영양가 없는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친노’ 인사를 거부하는 것은 자기부정입니다.

 

대선캠프는 최고의 인재풀로 채워져야 맞겠지요. 주변에서 적재적소의 인물을 고르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오롯이 문재인의 몫일 겁니다. 그 점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됨됨이를 신뢰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힌지도 모르는 이 의원이나 정 교수 따위의 주장, 노무현 정권의 그릇된 과(過)만 부추기면서 노무현을 넘어서라는 어이없는 훈수는 개무시하길 바랍니다. 실력이 검증되고 인정받은 노무현의 사람들을 캠프에 심어 노·문의 역사이어달리기를 완성시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