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로 만든 뜰에
겨울이 와 있었다
아무 소리 없이 떠난
여행에서
전보도 안 치고
돌아오기를 잘했지
이 뜰에서
나는 내가 없는 동안의
아내의 비밀을 탐지하고
또
내가 없는 그날의
그의 비밀을
탐지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나는 너무나
지쳤는지도 모른다)
여행이 나를
놀래일 수 없었던 것과 같이
나는 집에 와서도
그동안의 부재에도
놀라서는 안 된다
상식에 취한 놈
상식에 취한
상식
상…… 하면서
나는 무엇인가에
여전히 바쁘기만 하다
아직도
소록도의 하얀 바다에
두고
버리고
던지고 온 취기가
가시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196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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