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텍사스팀의 추신수가 요새 죽을 쑤고 있다. 마이너리그부터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노력하다 금년에 1,300억원대 대박계약을 터트려 인간극장을 완성한 추신수. 안타까운 것은 그의 깊어지는 슬럼프 기사에 따라붙는 부정적인 댓글들이다. 댓글만 보고 있자면 뭐 이런 칠푼이가 다있냐, 하는 식이다.
추신수 선수를 검색하다 클릭을 잘못해서 그만 여성중앙이란 잡지에 실린 이시형 박사의 인터뷰 글을 보게 되었다. 놀랍게 그가 얼마 전에 사군자 그린 지 5~6개월밖에 안 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화첩(畵帖)도 펴냈다고 한다. 그림을 오래 지켜봐온 서울미대 김병종 교수는 그런 그를 두고 "'이시형에게 문인화 작업은 세상이 붙여준 이름표 때문에 드러낼 수 없었던 내면의 어린아이와 청년을 새롭게 만나는 과정이다"라고 평했고, 이 말에 인터뷰어 조영우석 기자는 '십분 공감한다. 단언할 수 있다.'고 맞장구친다. 모니터가 기자님 입에서 나온 침으로 뒤범벅이 되는 모습이 상상된다.
인터뷰이가 올해가 팔순이라는데 대단하신 분이다, 생각하고 페이지를 닫으려는데 기자의 말이 눈을 잡는다. "시인 서정주, 조병화, 고은, 정현종, 도종환, 박두진 등의 작품을 자주 인용하시던데, 저도 조병화 선생을 좋아합니다." 허, 조중동스럽지 않은가. 서정주에서 조병화, 고은, 정현종, 도종환이라! 이시형도 화답한다. '저도 ... 어울려서 자주 놀러갔어요. ... 그분 그림도 내 눈엔 좋았죠. 아마추어인 듯하지만, 작은 사이즈에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걸 기억합니다. 자신의 쉬운 시를 닮았는지도 몰라요. “일본이 그렇게 쉽게 질 줄 몰랐다”고 고백한 친일문학인 42인 중 한 명인 서정주나 그와 비슷하게 친일을 하면서 5공을 찬양한 조병화를 <문인>이란 우산 아래에서 고은, 도종환과 하나로 엮어주는 이 센스.
국민 의사께서는 정말 놀랍게 붓을 잡은 지 6개월만에, 그것도 100호 대작도 두 점도 포함해서 그리셨단다. 총 82점을 출품했는데 54점이 팔렸단다. 정말 대박의 전시회였겠다. 'SBS의 한 여기자는 전시 취재를 왔다가 작품 앞에서 그냥 펑펑 울'었단다. 왜 펑펑 울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내가 기자라면 그 여기자 한번 취재하고 싶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눈물을 글썽였다는 기사는 보았지만 화랑에서 그림을 앞에 놓고 대성통공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고 앞으로 나 죽을 때까지 못 들을 이야기다.
그에게는 과묵한 형님이 한 분 계셨단다. 그러나 간혹 백마고지 얘기를 꺼내시는 날이면 그의 형제들은 그날 밤을 꼬박 샐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애국심이 남달랐다. 그래서 이시형 박사는 그의 형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이 박사는 "어이없는 건 그 책이 나왔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죠. 그 책을 줄 테니 각급 포병부대에 배포해달라고 제가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책 한 곳에 비판적 내용이 있어서 한사코 안 된다는 겁니다. 그게 어떤 글이냐면, ‘데모하다 죽은 사람은 민주 열사로 추앙하고 정부에서 보상금을 주면서, 조국 위해 죽은 병사를 돌보지 않는 이 나라가 과연 제정신이냐?’ 이겁니다. 나중에 그 책 얘기를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 한 분에게 했더니 너무 죄송하다면서 8사단은 물론 모든 군부대에 뿌려줬습니다. 결국 소원을 이룬 겁니다."고 씩씩거리셨다.
개인적인 소원성취를 들어준 이명박 대통령 시절 그 국방장관의 자애롭고 너그러운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럼, 나나 너도 우리 부친께서 한국전쟁 때 겪었던 일을 책으로 내서 국방부에 그런 부탁을 해도 될까? (설마 대통령 아들과 이름이 똑같다고 그런 혜택을 준 건 아니라고 믿는다만.) 또, 이 나라에서 민주열사로 추앙받고 정부 보상금을 받은 시민의 숫자와 조국 위해 죽거나 다쳐 보상을 받은 국민의 숫자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이 '박사'의 그런 '제정신' 기준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목격하고 있는 독립군 후손과 친일 후손의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과연 제정신일까?
인터뷰이는 또 박정희 반대 시위가 극렬했을 때도 "절대로 데모하지 말라고 타일렀습니다. 의대생들은 공부해서 좋은 의사되는 게 애국이라 말"했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이승만과 세월호 선장의 '가만 있어라' 지시와 뭐가 다른가.) 그러면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너네들이 언제 전쟁을 치러봤느냐? 뙤약볕 아래서 김매기를 해봤느냐? 논을 갈아봤냐, 밭을 매봤느냐? 내 말은 ‘대체 너네들이 어디가 그렇게 아프다는 거냐?’는 거다.' '힐링, 힐링 하지만, 그런 엄살에는 힐링이 필요없다'고.
여성중앙에 따르면 이 분이 '국민 의사' 혹은 '사회 의사'로 불린단다! 정혜신 정신과의사는 남편과 함께 안산으로 이사를 갔다. 거기에 단원고가 있는데 유가족의 트라우마 치료에 긴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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