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2015
토끼 인형탈을 쓰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알바 청년들을,
박스는 폐지 줍는 대한민국 노인네들의 노동을 의미한단다.
쌓인 형태가 1자다. 영원한 1번.
편평한 길 구부정하게
할머니가 세월 줍고 폐지 줍는다
하늘에 뜬 구름 짊어지고
낮게 더 낮게 폐지 줍는다
길 따라 굽어 허리 접어
떨어져 나온 녹슨 못다 쓴 빈병
폐지 더미도 할머니 묶고
손수레가 허리 수그린 수수깡을 민다.
할머니의 뜬 구름은
비온 후 수레바퀴가 딛고 가는 흙탕물에나 있지
까맣게 잊은 향기 까만 껌 딱지 따라가면
길 끝에서 기다리는 어린 손녀
깨진 보도블록 사이 비집고 나온 작은 민들레
그 생명의 무게 눈에 묵직이 달아
할머니는 오늘도 수수깡 허리 접어 수레를 민다
폐지와 민들레를 발아래 둔다
- 김용성, 폐지와 민들레 -
'We 2 ㅜㅜ'
리어카는 도로교통법상 보도 통행이 불가한 우마차.
그런다고 별도의 전용도로가 있기나 하나.
리어카 운전자의 눈치와 담대한 배짱, 기타
차량 운전자들의 비한국적인 아량과 낭만적 인내만 필요할 뿐.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낙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