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장국현판 서울서소문시립미술관

원조시지프스 2016. 4. 4. 09:30



서울서소문시립미술관 입구의 우측 복도 벽면에 걸린 강익중의 <88개의 소원들>.

전통 소재 달항아리를 88개 패널로 구성해, 개인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를 합일체 하자는 작가의 염원.

막상 실제 항아리 숫자는 6x14=84개.

미술관 안내를 맡고 있는 분께 나머지는 어디에 갔냐 물었더니

"작품 밑에 써놓았었는데 못 보셨나요?"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벽면에 작품을 설치하는데 크기가 맞지 않아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다시 가서 보니 작가/작품 소개판 밑에 투명색 테이프 바탕에 깨알같은 검정색 글씨로

'... 설치 환경상 ... 나머지 4점은 대외 협력전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있네!?


그런데 말입니다,

작가가 이런 설치 방식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둘째 치고

아무리 설치작품이라 해도 제목과 작품이 따로 놀 수는 없지 않을까.

작가가 저 항아리들을 달항아리라 칭했으면 관객은 김칫독은 접어두고 달항아리라 믿듯,

작가가 88개라고 특정했으면 88이라는 숫자에는 작가 나름의 의미와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항아리 4개가 없어도 충분히 작품성이 보존된다면 이 게 달동네 벽화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저명한 사진작가 장국현 대가님의 또 다른 버전인가?)


게다가 작품 앞에는 반침대식 소파가 늘어져 있어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들도 많던데,

서울시립미술관은 물론이고 작가 홀로 방 지키는 갤러리에서도

작품 앞에 'Do not ...'이란 영어 경고문 찾는 거 어렵지 않던데.


나처럼 할 일 없는, 게다가 시력도 열악한 외국인들이 없지는 않을 거란

이 분별없는 애국노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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