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말들의 침묵

원조시지프스 2013. 9. 10. 21:03

 

 

 

위나라의 종육과 종회 형제는 어릴 때부터 총명해 이름을 날렸다. 황제 조비가 아버지 종요에게 두 아이를 한번 보고싶다고 했다. 황제 앞에 서자 형 종육은 땀을 줄줄 흘렸고, 동생 종회는 땀이 전혀 나지 않았다. 황제가 종육에게 물었다. “어찌 그리 땀을 흘리는가.” “두렵고 황공하여 땀이 국물처럼 흐릅니다.” 황제가 종회에게도 물었다. “어찌 땀을 흘리지 않는가.” “두렵고 떨려서 땀이 감히 나오지 않사옵니다.”

 

형제의 엇갈린 대답에 관한 일화는 또 있다. 아버지가 낮잠 잘 때 형제가 작당해서 약주를 훔쳐 마셨다. 아버지는 자는 척하며 이들을 훔쳐보았다. 종육은 절하고 마셨지만 종회는 그냥 마셨다. 아버지가 종육에게 물었다. “왜 절을 했느냐?” “음주 예법에 따라 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종회에게도 물었다. “왜 절하지 않았느냐?” “도둑질은 이미 예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절하지 않았습니다.”

 

형제는 엇갈린 대답을 통해 황제 앞에서 진땀 나는 이와 나지 않는 이, 예법을 묵수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모두를 변호했다. 한 가지 목소리만 있는 것보다 다양한 답이 있는 세상이 더 살 만한 곳이다.

 

 

청나라 시인 공자진은 이런 시를 남겼다. “세상에 생기가 넘치는 것은 비바람과 번개가 자극을 주기 때문인데/ 만 마리 말이 똑같이 벙어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슬프다/ 내가 권하노니, 하느님이여 거듭 정신 차리소서/ 인재를 내리시려거든 한 가지 규격에만 맞추지 마소서.”(九州生氣恃風雷/ 萬馬齊瘖究可哀/ 我勸天公重抖擻/ 不拘一格降人才 <己亥雜詩>) 하느님에게 정신 차리라고 얘기했으나, 사실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말이다. 모든 말이 침묵하는 만마제음(萬馬齊瘖)의 세상은 지옥의 문턱일 따름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무리한 구속에 이어 ‘사찰’ 냄새 물씬 풍기는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신상 털기 보도 뒤에는, 국가정보원 개혁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낡은 공작정치의 검은 광기가 너울거린다. 만마제음의 미친 세상에 맞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생명 가진 모든 이들의 의무이다.

 

이상수 철학자 blog.naver.com/xuande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시오

 

 

                                         강론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성소국장) 

 

회당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듯, 회당의 주인인 듯 언제나처럼 기세등등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자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일상이려니 생각하며 발길 닿는 대로 회당을 찾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에 오그라든 오른손을 애써 감추며 있는 듯 없는 듯 한쪽 구석에 숨죽이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 하나 이 사람을 눈여겨보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거룩한 회당에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쯤으로 치부하는지 모릅니다. 이 사람들 가운데에 예수님께서 자리하십니다. 그리고 잘난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잘난 사람들의 불편한 마음을 거슬러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추석 전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10일부터 대한문에서 '집단단식' 시작합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이야기

김득중

 

반갑습니다. 여기 같이 해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신자님들 감사합니다. 먼저 지부 동지들 먼저 나와 인사드리고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힘차게 시작하겠습니다. 투쟁!

 

안타깝지만 김정우지부장님 보석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오늘 변호사님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각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수천억 횡령, 배임한 재벌총수들, 그 뒷배경 봐줬던 권력자들, 없던 병명까지 만들어서 휠체어 타고 감옥을 나오는데…… 이미 예상은 했으나 김정우지부장 나와서 여러분께 힘차게 인사드리고 투쟁을 이어가길 바랬고,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지만 기각되었으니 우리 지부 동지들 다시 주먹 불끈 쥐고 나아가자고 얘기하였습니다.

 

우리, 최후의 1인까지 이 깃발을 꼭 지킵시다

 

문정현 신부

 

 

어느 본당의 평일미사에 이만큼 많은 교우들이 참석할까요? 평일 미사치고는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오셨습니다.

 

강정도 마찬가지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강정에서 매일 11시 미사를 드리면서 정문만 지키고 살고 있으면서는 잘 몰랐으나 이렇게 나와보니 알겠습니다. 나와보니 자꾸 (강정에)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보니 강정에서 지내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왜 그리도 눈에 밟히고 보고 싶은지요. 당장 내일이면 돌아가겠지만 정말 이렇게 보고 싶은 그들이 제 형제요 자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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