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들어갈 교실이 없고
나는 돌아갈 학교가 없구나
하급반 아이들이 공부하는 창 밖에서
너는 가방을 풀지 못한 채
오후의 햇살을 발로 차며 서성이거나
차가운 골마루에 올망졸망 쪼그리고 앉아
빗소리와 선생님 말소리가 뒤섞이는 받아쓰기를 하는구나
사람들마다 일터를 찾아 바쁘게 달려나간
적막한 오후의 거리를 지나다 너희 학교를 바라본다
얼마나 더 지나야 너희의 꿈과 이야기가
알록달록 아름다운 저마다의 교실을 갖게 될까
얼마나 더 지나야 아이들과 싱그러운 아침인사를 나누며
나도 자랑스럽게 학교문을 들어설 수 있게 될까.
<도종환, 오후반>
놀랍다. 1993년 3월에 출판된 시집에 실린 시다. 전교조 창립대회가 열린 해가 1989년이라니 그때 즈음에 도 시인은 해직교사의 처지였었나 보다. 지금도 단지 전교조 회원이라는 이유로 새천년의 도 시인이 되어 있는 교사들은 얼마나 될까.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 철딱서니 없는 짝퉁 대통령에 의해 전교조 자체가 법외노조가 되었으니 앞으로 양산될 도 시인은 또 얼마나 될까. 쓰레기통에 버렸던 꼭두각시를 다시 얼굴 마담으로 세운 그것의 오기와 배짱을 보면 교육계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이 살 떨리는 시점에 한겨레 논설위원 김의겸의 훈수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전교조 변해야 산다.' 글의 요지는 전략을 수정하라는 것이다. 지금 전교조의 경쟁 상대(?)는 이제 임기 3년 반밖에 남지 않은 ㅂㄱㅎ 정부가 아니지 않냐며. 쉽지 않으리라. 선생님들도 왜 그걸 모를 것인가. 도망갈 퇴로조차 용납하지 않는 이 정권 하에서는 정말 힘든 가시밭길에 몰린 형국이다. 어찌 믿을 데라곤 교육감과 전교조밖에 없는 이 나라가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