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pose로 생각하고 이미지를 편집하는 중
아저씨 뒤쪽으로 모습이 등장하는 경비원의 시선.
계속 숲을 보고 있던 양반이
셔터를 누르기 직전에 고개를 돌리니
거기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래, 여름이구나.
이파리야, 너 사쿠라구나.
눈빛
(기껏 복숭아씨만 한 사람의 눈이라는 게 여간 영묘
하지 않아서 그것 하나 때문에 생을 다 바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당신이 날 절벽으로 밀었네 그 눈빛 서늘하게 몇
십 년을 갔네 돌아서도 그 눈빛 내 앞에 있었네
비가 오면 빗방울 세기도 했네 빗방울 속에 그 눈
빛 있었네 절벽으로 밀어내던 그 눈빛 있었네
그래도 그 눈빛 좋아죽었네 세상 어느 어두운 끄
트머리 숨어서 가슴 쥐어박으며 좋았죽었네 그 눈빛
좋아죽었네
그녀가 죽었네
사랑은 어디서든 죽는다지만
불길한 기다림은 눈빛으로만 돌아왔네
서늘한 눈빛만 그 세월을 넘었네
원망은 차가웠지만 눈빛만은 붉었네
생을 저주로 채우게 하는
그 눈빛 돌아왔네
- 허연, 시집 <오십 미터>에서 -
눈높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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