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역사와 맞짱 뜨는 검찰의 용기

원조시지프스 2014. 4. 15. 07:59

 

 

시흥(詩興)을 깨는 ‘나쁜 시’를 씻어내는 일도 이렇게 어렵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일제 치하 조선 청년들을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모는 시를 씀으로써 군국주의 일본의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앞장선 서정주 같은 이의 시는 어떻게 씻어내야 할까. 아직도 “미당의 친일행적은 아쉽지만 그가 쓴 시는 참 좋다”는 식의 어법이 적지 않다. 삶과 분리된 글재주만으로 문학을 논하는 일은 문학을 한낱 글재주로 전락시키는 일이며, 이는 문학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어법이라면, 이완용도 명필이었다고 하니, 그도 한국 서예사 한 귀퉁이에 모셔야 하지 않겠는가. 이들은 관용하지 말아야 할 불관용의 화신까지 관용함으로써 이 땅의 관용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 땅에는 서정주의 시 아니어도 읽고 감동할 시가 넘친다. 새삼스런 얘기를 꺼냈다고 허물하지 말라. 이승만의 반민족 행적을 파헤친 실록 <백년전쟁>을 공안 사건으로 몰아가는 게 지금 세상이다.

 

이상수 철학자.

 

민족문제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제작·배포한 <백년전쟁>이 명예훼손이라며 이승만의 양자인 이인수에 의해서 고소 당한 게 2013 5월이다. 이 명예훼손 고소 건이 공안사건으로 재배당됐다. 공안사건은 다음 네 가지에 속한 사건을 말한다고 한다. 1. 「형법」 중 내란ㆍ외환의 죄. 2. 「국가보안법」 위반의 죄(종전의 「반공법」 위반의 죄를 포함한다). 3. 「군형법」 중 반란ㆍ이적(利敵)의 죄, 군사기밀 누설죄 및 암호 부정사용죄. 4.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의 죄.

 

어찌하여,

 

 

 

이승만이 교민들이 성금으로 모은 독립군 군비를 횡령하고, 하와이 법정에서 독립운동가를 밀고했다는 사실이 내란인가 외환인가?

 

이승만이 비서 노디 김과 불륜의 행각을 벌인 게 반공활동인가?

 

이승만이 김구 선생을 비난했다는 의혹을 내놓은 게 군사기밀 누설죄냐?

 

이승만이 석사 학위도 받지 못한 채 박사과정에 입학해 놓고 석사 학위 내놓으라 뗑깡 부린 게 미쿡에게 외환의 죄이지 한쿡의 외환의 죄냐?

 

한마디로 이승만은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 이 목적을 추구하며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라는 미국 CIA 문서의 한글 번역이 군사기밀 보호법의 위반인가?

 

이승만도 사람이었으니 살다가 나름 착한 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찌 사실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을 공안사건으로 배당 할 수 있는가. 그러니 사람들이 말한다. ‘검찰의 태도는 극우세력의 청탁수사인지 고위층의 하명수사인지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하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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