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파주 출판도시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시 주변으로 늪이 형성되어 몇 곳에 이런 포인트가 있는데 원칙적으로는 불허되고 있단다.
CCTV 대신 뱀 한 마리가 낚시꾼 11시 방향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면서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4층 센터 건물은 크게 세 동(섹션)으로 나뉘어졌는데
건물 외부 구석에 생뚱맞게 한옥 한채가 있다. 전통의 가치와 현대적 감각이 교감하는
미래로의 조화를 지향하자는 취지에서 2000년 6월에 정읍에서 옮겨 온 가옥이라는데
3명의 인간과 3마리의 오리가 사이좋게 무단 점유하고 있었다.
한옥은 센터 건물 1층의 레스토랑 다이닝 노을과 이웃하고 있고
이렇게 방치된 포도주병 뒤로
건물 외벽 전체가 내후성 강판으로 제작되었다. 내후성 강판은 봉하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지에도 비석 받침과 '곡장'으로 사용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강판은 처음에는 적갈색이지만, 표면이 부식되면서 붉은색으로 변하다가 차차 암갈색으로 변한 뒤에는 계속 그 형태를 유지한다. 오래될수록 겉에 두꺼운 산화층을 형성해 내부 철을 영구적으로 보호하면서 고색찬연한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2004년 제 14회 김수근 건축 문화상을 수상한 건물이기도 하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건물은 이 식당을 통해서도 입장이 가능하다.
살짝 넘겨본 메뉴판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면서 적절한 가격을 달고 있었다.
참고로 센터 내에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고 있으며, 불행히 정수기도 없었다.
그래도 군자는 대도행. 대문아 어딨니? 하고 건물을 돌아가는데
한 씩씩한 문화아빠가 이 도서관, '지혜의 숲"의 분위기를 새롭게 깨우쳐 준다.
1년 365일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서가 길이 총 3.1㎞에 달하는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
속속 등장하는 가족들.
그러나 떠나는 커플들.
만나서 마주보고 책 읽을 일 있겠냐
센터 주변에 많지는 않으나 조용하고 깔끔한 북카페가 두어 곳 있기는 하다.
센터 건물을 지을 때는 원래 이 도서관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가 이루어졌는데 결과적으로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정문을 들어서면 동네 도서관처럼 아이들을 위한 편한 공간이 따로 준비되어 있지만
아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이모(?)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미소가 성모마리아급이다.
5%가 아쉬워 보이는 책상 디자인.
서가들은 ㄱ, ㄴ, ㄷ 등 한글 자음들을 형상화했다.
남쪽 출입구로 들어가는 2섹터의 개인 기증자 코너는 직사각형 격자구조의
목재 서가들이 벌집처럼 벽면들을 가득 채웠다.
2섹터의 복도 쪽 서가들을 대충 세어 보니 한 칸에 단행본 15~20권 정도를 꽂을 수 있는 서가들이 가로 22칸, 세로 16칸으로 한 코너를 이뤘는데, 그런 코너가 양쪽 벽면에 몇개씩 설치됐다. 그렇다면 그쪽 벽면 서가들에 꽂힌 책만 해도 어림잡아 4만~5만권.
권독사? 원래 권독(
여기에서의 권독사는 무료 자원봉사자들을 말한다. 이 지혜의 숲에서는 책을 대출해 주지 않는 대신, 와서 마음대로 읽게 하는 곳이다. 장서 구성도 일반 교양서적들 위주다. 희귀본들은 센터 내의 기존 ‘정보 도서관’에 보관하면서 따로 관리하게 된다.
Take 100: The Future of Film: 100 New Directors를 골라봤다. 의외로 <낮술>을 감독한 한국의 노영석 등 몇 분이 포함되어 있었다. 7만원이 훌쩍 넘는 하드 커버로 제작된 책이고 소장할 만큼 영화의 매니어도 아니니 이런 곳에서나 만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정말 지천에 꽃혀 있었다.
옥에 티라면, 언젠가 세계적인 잡지라는 National Geographics 화보집에서도 보았던 것과 유사한 교정상의 실수가 눈에 띄었다. 이 책에서 <말아톤>으로 데뷔한 정윤철 감독의 생년월일만 누락되어 있었던 것. (음 ... 그게 센터와 무슨 상관이라고?)
이 한 권의 책을 대충 훑어보는 시간에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의 장점과 단점이 대충 감에 잡혔다.
아이들과 도서관을 찾은 가족이라면 기본 개념은 있으리. 그러나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막을 자 그 누구랴.
게다가 아가들이 아무리 겸손되게 걷더라도 바닥은 마루잖아 ㅜㅜ
더불어 권독사라는 봉사자들은 친절함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어떤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신촌홍익문고지키기주민모임 대표인 양리리 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다음 부분에서 동감한다.
"‘지혜의 숲’에는 검색용 피시가 없다. ‘정보조직’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권독사가 좋은 책을 추천하더라도 그 책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정보화시대 가장 기본적인 검색조차 할 수 없고, 책과 시민을 연결시켜줄 사서도 없는 그곳을 우리는 도서관이라 부를 수 없다.
‘지혜의 숲’에 이미 7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국고가 지원되었고, 추가로 5억원이 더 지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 사서가 모든 도서관에 배치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서관은 아름답게 보이는 전시성 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충실한 도서관이다. " [주장 전문 보기]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의 지혜의 숲에서 특별하게 즐거운 경험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도서관은 시민에게 아주 새로운 도전을 제시했다고 본다. 센터 건립자와 운영자들의 주체가 도서출판회사들이라는 점에서 시민은 이심전심의 자세로 <지혜의 숲>을 지혜롭게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배려와 방어.
이 글의 일부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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