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후보였던 노무현은 언론사가 주최한 '옥탑방 상식 퀴즈전'에서 자신도 옥탑방을 모른다고 고백해 그 문제에 한하여 경쟁자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 1표가 아쉬운 승자독식의 대선판국에서 주변의 훈수를 물리치고 자신의 양심을 따른 것. 자신이 옥탑방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아들이 아는데 아무리 대선이라도 부끄러운 거짓말은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자체적인 스크리닝이었다.
이완구 총리께서는 후보자 검증 단계에 '자판기'라는 호를 받으셨다. 의혹이 제기되는 족족 맞춤형 핑계와 변명을 증거와 함께 제시하셨기에. 결과는 처참했다. 이명박과 관상은 질적으로 달라도 비리와 부정, 부패의 다양성과 품질은 충분히 맞짱이 가능하거나 더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보이고, 짝퉁 대통령과 성은 달라도 인성과 사회, 경제, 가정생활의 모든 면에서 부족함 없는 지혜와 철학을 과시하셨다. 어떤 모진 국민은 이런 ㅈ같은 경우가 다 있냐고 혀를 차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인선이라고 생각한다.
03 대통령께서 회창 총리 데리고 어떻게 인기 회복 좀 해볼라다가 제대로 망신당한 전례가 그 이유다. 서로 간에 어떤 정치적 공통분모도 없는 상태에서 흥부네 뒤주처럼 텅빈 지식을 갖춘 분이 완전한 지식 + 꼬장성 대쪽 기질로 무장한 신하를 부려먹자니 얼마나 ㅈ같았을 거냔 말이지.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조합은 흑백의 구분이 분명한 게 지들도 좋고 궁민도 좋다. 그래야 후자는 전자의 노고를 이해하고 전자는 자신들만의 가정생활에 더욱 충실할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이게 시너지고 복지다. 해 본 게 없는 대통령을 위해 총리께서는 선제적으로다 부동산투기부터 삼청교육대 현장근무, 국방의무 회피, 언론사 인사 지시, 도덕성 도배 등 안 해 본 게 없다니, 이 얼마나 ㅈㄹ맞게 환상적인 짝퉁 조합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