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성한 놈이 하나도 없다.

원조시지프스 2015. 7. 11. 08:44

봄볕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나비 날아간다

나비 겨드랑이에 들어갔던 

봄볕이

납작 접혀서 나온다

나비는 재미있어서 자꾸만

봄볕 접기 놀이를 한다

나비가 접었던 봄볕이

팔랑팔랑

땅에 떨어진다


- 김철순, 나비 -

 

 


"으아악. 왜 다 저래?"

 

 

 

 

 

 

 

 

 

 

"아빠, 여기가 귀곡산장이예요? 어른 나비들은 왜 다 이렇게 망가졌어요?"

"정말 그렇구나. 여긴 무슨 나비요양원 같다. 녀석들이 혼자서 꿀을 너무 먹어서 그랬나?"

 

 

 

 

 "아냐, 저길 봐!"

 

 

"우와, 멋진 녀석이구나.

그래, 아가처럼 고운 마음을 가져야 저런 나비도 보이는 구나. "

 

 

"앗! 여길 보세요. 아기 나비들도 있어요."

 

 

"너희들의 마음은 더더욱 고운가 보다. 나비가 되는 유충이지."

 

 

"그런데 여기 나비들은 왜 같은 것들끼리만 놀아요?"

"그러게 말이다. 녀석들은 서로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르면 안 끼워 주나 보지ㅜㅜ"

 

 

 

 

"난 그렇게 안 할래요.

내가 크면 노랑나비, 하얀나비, 이주나비 모두 함께 사는 정말 좋은

뽀뽀뽀뽀뽀 다문화 나비동산을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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