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스며드는 것 1

원조시지프스 2015. 11. 17. 23:06



제3지대


권태균 사진전, space 22


거울아 거울아 이 ...


조성묵_메신저


2013년과 2015년


HAL9000


홍익대 동양화 출신 한상진의 무경계

나무, 숲, 산 그리고 다시 회색의 벽.

자연을 그렸으나 복제품이 걸리는 곳은 인공물이니

이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나의 감상.


센스 돋보이는 디스플레이



종로 3가


안도현,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용산


 홍은동


돌담 가까이

창가에 흰 빨래들

지붕 가까이

애기처럼 고이 잠든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슬픔 옆에서

지겨운 기다림

사랑의 몸짓 옆에서

맴도는 저 세상 같은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물결 위에서

바윗덩이 위에서

사막 위에서

극으로 달리는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


새는

온갖 한낮의 별빛 계곡을 횡단하면서

울고 있다.


- 천상병, 한낮의 별빛


통의동


천상병,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SEMA


김남용, The difference 180x91cm, oil on wood carving assembly

착시효과의 일루전, 그 미학적 즐거움


김중만, 독도 (2014 7/31)



돌이 걷는다

한 발짝에 한 겁을

전설들이 세월을 타고 반딧불처럼 따라붙는데

오솔길이 가만히 귀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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