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구자범: 유로기아 남성합창단 공연

원조시지프스 2015. 12. 13. 08:50





뒤늦게 한겨레신문을 통해 구자범의 서울 나들이, 지휘봉까지 챙긴 나들이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는 <예매하기> 단추를 치워 놓았네. 기자가

기사 말미에 전화번호를 넣은 것은 센스였을까 늦은 뉴~스에 대한 독자 서비스였을까?


다양한 SNS를 통해 접해 알고 있고 느끼고 있던 마에스트로의 됨됨이는 또 한 번의 감동.

'꿈'의 4악장을 소개한 연주회 팜플릿의 내용이 구자범 자신의 기획노트였다!.

조물주가 원했던 꿈의 세상, 현실의 꿈, 같이 꾸자는 꿈, 꼭 이뤄야 할 꿈 - 정의로운 세상.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유로기아의 태생적 한계라 그렇다 치더라도

피아노 대신 첼로와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연주팀이나

단을 쌓아 스쿼드를 구성하지 않고 학의 진으로 무대를 장악한 합창단,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다음으로 넘어갈 곡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마치 방금 끝낸 곡을 리뷰하는 듯한 침묵, 

관객의 분위기까지 쥐락펴락 꿈의 공간을 이끌어가는 지휘 등.


구자범은 대여섯 번에 걸친 열화와 같은 커튼콜에

그 두세 배의 숫자에 해당하는 90도 절로 앙코르 곡을 대신했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앙코르는 구자범의 공식적인 무대 복귀로 갈음하면 된다.

헬조선에도 잘생긴 국민지휘자 한 명은 있어야죠.

간절한 바람.





2014 08/26


구자범의 諸吉共鳴


 

문제: 소프라노 가수와 테러리스트의 차이점은? 답: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이 가능하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하다 독일에서 지휘자로 입문하여 마에스트로 반열에 오른 구자범 전 경기필하모닉 지휘자가 <한겨레> 토요판에 격주로 연재하고 있는 ‘제길공명’(諸吉共鳴, 모두가 좋은, 함께하는 떨림) 2편에 올린 도입부의 글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지휘자이니 편견이 있었겠지만 한 면을 다 차지한 글이 재미, 내용, 깊이 세 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어 단숨에 읽힌다. [시리즈 전체 읽기]

 

한겨레신문에는 또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와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의 칼럼이 올라오고 있는데 이 분들의 글도 참 좋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이 자신의 전공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자신의 밥줄에 대한 글이니 글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사실과 진실이 함께 간다. 그러니 언론인, 특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언론장사치들의 오지랖 넓은 객기나 쓰나마나 한 매너리즘이 느껴지지 않는다. 

 

 

 

'토끼와 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 안에서 우연히 부딪치고는 서로 외쳤다. “누구냐!” 뱀이 토끼를 만져보면서 “음… 털이 복슬복슬 보드랍고, 따뜻한데, 귀가 기네. 너, 토끼구나”라고 말하자, 이번엔 토끼가 뱀을 만져보며 말했다. “음… 털도 없이 징그럽고, 차갑고… 어? 근데 귀가 없네? 너 지휘자구나!”'

 

 

 

諸吉共鳴의 첫 번째 글에서 구자범이 들려준 우화다. 필자는 이 우화를 시작으로 음악계, 그것도 독일 음악계의 클래시컬한 치부의 한 단면도 보여준다. 협소한 인력풀의 한국시장은 더 하면 더 하겠지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자신의 밥줄이 연결된 세계에 대하여, 그것도 그 세계를 이끌고 나갈 입장에 있는 자가 그 세계의 보이고 싶지 않은 실상을 이야기한다? 장삼이사가 보기에는 걍 제 무덤 제가 파는 거다. 그의 글에서 진정성이 묻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수 김장훈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단식에 동참했다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 김장훈의 과거 행적에서 그의 행동의 진정성을 믿는다. 다시 건강 찾고 또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