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판사 윤성원

원조시지프스 2013. 7. 21. 10:45

박근혜 대통령 비방댓글 822건 단 공무원…재판부의 호된 질책

 

19일 서울고법 형사7부의 재판이 열리는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04호 법정. 윤성원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17기)가 피고인석에 선 김모씨(47)를 바라봤다.

 

“피고인. 피고인은 공무원입니다. 검찰은 150만원을 구형했는데 1심 재판부가 검찰구형보다 높은 2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왜일까요. 지금 피고인은 전혀 반성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책임을 져야죠.”

 

구청의 과장급 공무원인 김씨는 공직선거법위반혐의로 기소됐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서 인터넷 포털 등에 올라온 온라인 뉴스 기사 밑에 무려 822건의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었다.

 

댓글의 내용은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이었다. 김씨는 온라인 기사마다 ‘왜왕(‘일본 천황’의 속어)한테 혈서쓰고 쪽바리 군대가서 대한민국 독립지사를 때려잡은 일본군 딸은?‘이라는 질문글과 함께 답으로 ’머리 텅 빈 새머리닭‘ ’정제성 시시각각 바꾸네‘ ’이런 X 죽일 X은 대한민국에 없다‘ 등의 글을 함께 게재했다.

 

김씨를 기소한 검찰은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이유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공무원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이 법으로 기소돼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무원 신분이 박탈된다. 즉 직장을 잃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는 공무원 신분으로 자신의 의무를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며 “또 범죄사실이 인정되는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일관하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항소심 재판에 와서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재판 내내 “댓글 게시행위는 특정후보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비판이나 비유라고 봐야한다”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의 벌금 250만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는 따끔한 훈계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 저속한 비방댓글을 달았지만 대선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글 때문에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온갖 이유를 대며 무죄를 주장하지만 게시판에 올린 글 내용을 보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822건의 댓글 모두 표현마저도 매우 저속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피고인, 피고인은 전혀 잘못한 게 없다고 하지만 본인이 저지른 행위는 큰 죄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반성도 하고 있지 않죠. 그렇다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겠죠. 이럴 때 판사는 고민을 합니다. 이 범죄에 정말 적정한 형이 무엇이냐. 피고인은 자기 행위에 대해 반성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정당성만 주장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고인은 공무원입니다. 이럴 때 법관은 피고인의 태도에 따라 형량을 정할 것인지, 범죄에 알맞는 형을 정할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그 태도를 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일순간 김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윤 부장판사는 말을 이어갔다.

 

“재판부가 형을 정함에 있어 원칙은 그 행위에 걸맞는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의 그 태도는 양형에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첫번째 원칙은 범죄행위에 대한 적정한 형을 선고하는 데 있습니다. 피고인은 비록 욕설이 섞인 저속한 표현을 썼지만 동일한 내용을 올렸고, 대선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이 정도의 행위가 피고인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할 정도의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해 형량을 정했습니다.”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210924191&code=9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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