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주자적

쇠뜨기

원조시지프스 2014. 3. 5. 20:00

[산야초 세밀화] 쇠뜨기

쇠뜨기는 400만년 전 고생대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풀입니다. 거대한 몸집은 세월을 거듭하며 작아졌고 수많은 자연재난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슬기로운 방법으로 우리 곁에 살아남았습니다. 땅속으로 길게 뻗어나간 뿌리는 마디마디 잘려도 싹을 내밀고 깊은 땅속에서도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적당할 때에 땅 위로 생식줄기를 길러냅니다.

 

쇠뜨기의 생식줄기(뱀밥)와 영양줄기는 오래전 지구의 모습을 지녀서인지 여전히 독특한 생김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여름, 영양줄기가 넓게 펼쳐진 쇠뜨기 풀숲을 만난다면 신비한 고생대 숲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hitippi@hanmail.net

 

 

 

어렸을 적 시골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것에 ‘쇠뜨기’라는 풀이 있었다. 뿌리가 너무 깊어 계속 뽑다 보니 새벽닭이 울더라고 농담을 하는 이도, 소꿉놀이 할 때 사금파리에 모래로 밥하고 쇠뜨기를 반찬 삼았다는 이도 있다.‘뱀밥’이라고도 한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풀밭이나 둑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곳에서 소가 주로 뜯어먹기에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과식은 금물로, 아무리 쇠뜨기라지만 소도 쇠뜨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 이는 쇠뜨기에 센 이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쇠뜨기의 영어이름이 ‘말꼬리’(horsetail)인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풀이름 하나가 문화를 이렇게 잘 반영할 수가! 우리나라 들판에는 소가 있고, 서양 들판에는 말이 많구나. 그래서 들판에 자라는 같은 풀을 두고서도 한쪽은 ‘소’를, 서양 쪽에서는 ‘말’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것 아닌가. 한자말에도 말풀, 곧 ‘마초’(馬草)가 있긴 하나, 실제 영어 쪽에 말과 관련된 말이 많다.

 

이는 바로 ‘농경’(또는 牛耕) 문화와 ‘유목’ 문화를 대비하기도 한다. 우리 겨레는 본디 유목민이었다고 하나, 원시시대에 유목민 아니었던 겨레가 어디 있으랴. 다만 우리는 일찍 터 잡아 소로 논밭 갈아 농사를 지은 까닭에 소와 관련된 말이 많아진 듯하다. 심지어 소에서 나오는 온갖 부산물도 버리지 않는다. 소와 관련된 나무도 있지만 풀이름으로 소귀나물, 쇠무릎지기, 쇠치기풀 …들이 있다.

 

임소영/한성대 한국어교육원·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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