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 세밀화] 쑥 |
이른 봄, 쑥만큼 즐거움을 주는 들나물은 없을 것입니다. 솜털 가득한 쑥을 만지면 진한 쑥향이 손끝 가득 전해집니다. 이렇게 사랑받는 쑥의 부드러움과 향기로움은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발전시켜온 쑥의 성장일기와 같습니다. 잎 뒷면의 흰 솜털은 거친 환경에서 수분의 유실을 막아주고 진한 쑥향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강한 생명력으로 어려움을 이기고 진한 향기와 맛으로 우리에게 봄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쑥에게 나직이 ‘고맙다’ 말해 봅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hitippi@hanmail.net
"백매화 홍매화가 핀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가 쑥국을 끓여주셨습니다. 쑥향이 참 좋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으면 직접 심은 매화도 보고, 향긋한 쑥국도 드셨을 텐데…. 혼자 남아 빈집을 지키는 권 여사가 안쓰러웠습니다." - 도종환 -
쑥국 먹는 아침
김 은 숙
어머니 내놓으시는 봄 내음을 마시네
퍼지는 햇살까지
고개 들이밀며 기웃거리는
쑥 내음 은은한 아침
어머니 손끝엔 햇살 섞은 콩가루도 버무려지고
한 가득 담아내는 봄빛 쑥국 한 그릇
어머니 닮은 풀빛 하늘도 담겨있네
참혹한 바람 이겨내고 한 계절 건너와
봄들녘 엎드린 앉은뱅이 고운 꿈
그 옆에 더 낮게 더 낮게 깊숙해지는
마르고 뜨거운 손길은 한참 바쁜데
흔적마저 스며든 새벽 이슬의 추억은 남아 있을까
고운 꿈 여위던 지난 세월도 스며들어
수척한 가난의 봄
땅 속 뿌리는 더 깊어져
먼 하늘 구름까지 깊은 호흡으로 속살에 묻고
더 깊이 제 몸 낮추어
깊은 쑥 내로 흩어진 걸까
어머니 내놓으시는 봄빛 쑥국 한 그릇
향기 가득한 그윽한 아침을 마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