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3-2. 골격만 남은 건물이니 바깥에 간판이나 제대로 있겠나. 그러나 멀리서도 눈치 챌 수 있게 건물 전부를 간판으로 채용한 센스.
열린 문으로 들어가면 발치에 시멘트 블록 몇 장 쌓여 있고 그 위에 각 한 장짜리 전시회 소개 인쇄물과 위치별 참여 작가 이름 인쇄물이 쌓여 있다.
1층은 원래 중국집이었다고. 한 공간에 예수를 상기시키는 두 상을 집어넣은 유화가 대화를 청한다.
둘 중 하나를 마리아로 대체해도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건물 뒤쪽 바깥 계단이다. 국민학교 때 장학사님 오신다고 난리법석 떨던 그 수준으로 마당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 재떨이에 꽁초 하나 없다. 힘과 능력이 닿는 데까지 벗기고 쓸고 닦은 흔적이 역력하다. 빗질과 붓질은 미술인의 탈렌트 ㅜㅜ
철거를 기다리거나 끈덕지게 내 집을 사수하는 주변 풍광.
여인숙 아니면 사창가로 쓰였을 방들이 각 층에 병영처럼 능률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접 받는 대가라면 뻥 뚫린 액자 하나 걸어놓고 제목만 써넣어도 작품이 될 세월의 흔적.
시멘트벽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심지, 구름, 골프채.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난히 밝은 방에서 팝아트는 고문도 되는 구나
<오늘의 살롱>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88만원 세대에 속한다. 대부분 1984~5년생. 우연하게 채집된 총 69명이 150여 점을 출품했다고. 그러나 굳이 특정 세대의 출현이라는 선언적 성격은 유보한다. 단지 오늘의 회화적 경향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단다.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여보며
"이 산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골과 생업과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4층 제일 구석 방 둘은 나머지 방들과 달랐다. X 테이프 대신 버티컬 블라인드 커튼까지 드리워져 있다.
방 하나가 전체적으로 별개의 독립된 작품이 되었다. 방 주인일까? 그림 속의 그림. 개 오너는 쉽게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는 법.
방 구조가 명바기다.
안쪽에 욕실만한 방이 따로 있고 벽에 구멍이 나 있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구조.
다시 1층으로 내려오자 그때서야 이 그림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69인 작가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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