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염수정 추기경의 자충수

원조시지프스 2014. 8. 12. 19:05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이라는 마지막 무기로 무장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시복식을 집전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한국 천주교 쪽에서는 유가족 측과 상담 후 원한다면 시복식과 상관없이 가족들이 계속 머무는데 동의한데 이어 그들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웃기는 건, 원래 광화문 행사는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의 고집스런 희망의 결과였다고. 관습헌법에 따른 대한민국의 영원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세상의 스폿라이트를 받으며 가톨릭을 판촉할 수 있는 기회라니. 정부의 수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겠냐만 그 이후 벌어진 세월호의 침몰에 대해 하느님은 어떤 계시도 사후 약방문도 그에게 보내주지 않았나 보다. 추기경은 그를 '찾아온' 유가족은 위로했지만 그들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그 자리에 교황께서 오신다. 아, 대한민국의 두 추기경 정진석과 염수정은 그 연세에 피부가 백옥같이 곱지만 교황의 마음은 세상의 고통과 신음에 주름만 가득하구나!

 

 

웃기는 건, 교황을 영접하러 짝퉁 대통령이 공항으로 나가겠다는 뉴우스.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놈 옆에 있으면 저도 잘하는 것 같고, 양아치 옆에 있으면 저도 한어깨 대접 받는 줄 아는 왕자병 착각. 관피아의 대부격인 마피아를 가톨릭에서 추방한 분이 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그 전전의 글로벌 스타이셨던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물론이고 마피아가 태동할 때부터 권좌에 계시던 어떤 교황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일을 마치 저녁 산책 나가는 식으로 해치우신 분이 현 교황이다. 그런 교황께서 오셨으니 대통령이란 직책을 핑계삼아 졸졸졸 쫓아나가 사진 박는 이 철면피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이다.

 

교황으로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했던 요한바오로2세는 여의도에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식을 거행하며 한국 103위 순교자 시성식을 거행했다. 그 분의 성령 강림 덕이었나. 한반도 넥타이부대가 들고 일어나 6월항쟁에서 살인마 전두환의 무릎을 꿇렸다. 이제 낮게 더 낮게 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품 하나만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끄집어내도록 우리 일어나자.

 

 


 

염수정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을 끝내고 돌아간 지 여드레 만인 어제 8월 2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교황 방한의 감동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처럼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그러나 그의 간담회 내용을 보니 추기경의 노란 리본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란 리본은 같은 리본이 아니었다.

 

염 추기경은 교종(교황)께서 로마에서 성직자들에게 바깥으로 나가서 함께 있어라,라고 말씀하실 때 명동에서 조중동들에게 정의구현사제단의 야외 활동을 '완전히 비이성적'인 이탈로 폄훼해 버렸다. 열린 마음과 대화, 기독교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정의와 평화가 그 결실이 되리라고 말씀하신 교종의 연설이 나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추기경은 자신의 간담회에서 교종 연설의 키워드를 콕콕 찝어서 생까 버리신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으니 '대화'의 의무는 했겠다, 이제 유가족들도 양보가 필요하단다. 세월호 특별법 중재에 대해선 “천주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란다. 

 

대한민국 추기경님 참  편하게 사신다. 십자가는 같이 지고 생색은 혼자 내시고.

교황이시어, 님의 연설문에 참고서가 필요한 곳이 여기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