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Human Beings to Animal Beings

원조시지프스 2014. 9. 7. 07:20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게 일인데

곡식 심어 가꾸고 실 자아 베 짜고

땅 다져 집 짓는 게 일인데

 

 

저 높은 곳에서 떵떵거리는 것들은

머리 굴려 사람 굶기고 벌거벗기고

안 재우는 게 일이 되어 버렸다.

 

 

한두 놈 잘살자고

스물, 서른 떼거지 만드는 게

일이 되어 버렸다.

가두고, 무릎 꺾고 목 조르는 게

일이 되어 버렸다.

 

 

서비스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힘센 나라에서 온 돈밖에 모르는 것들

궁둥이 닦아 주고 가랭이 벌려 줄 아이들

무더기로 키워 내서

 

 

연지 찍고 분 바르고 굽신대게 하는 게

‘국가 정책’, ‘경제 살리기’의 깃발이 되어 버렸다.  

 

 

국가 폭력이 ‘공권력’의 이름으로

온 나라 구석구석 경찰, 검찰, 군대, 국정원 개들 풀어

 

 

엠한 사람 가두고 쫓고 죽이고 시체까지 바꿔치는 게 일이 되어 버렸다.

 

 

통치자의 직무 태만과 근무지 이탈이 ‘사생활’로 둔갑하고

‘국가 안전’은 허수아비 총리 몫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선실 안에서 떼로 엉켜 죽어 가는데

 

 

‘전원 구출’이 국영방송을 타고 온 나라에 울려 퍼졌다.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이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잔꾀만

머리에 가득한 이 밥버러지들 온 국민을 수장시키고도

‘교통사고’라고 주둥이 놀릴 것들

 

우리가 남이가. 그래, 너와 나는 남이다. 우리는 남이다.

갈라서자, 갈라서자. 깨끗이 갈라서자.

 

 

낫 들고 일어서자. 삽 들고 일어서자. 호미와 괭이 들고 일어서자.

망치 들고, 시멘트 포대 들고 일어서자. 바늘 들고 가위 들고 일어서자.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 뒷전이고 주리고 헐벗고 잘 곳 없어

헤매는 이들 아랑곳없이 돈만 되면 최루탄도 유해 식품도 대량살상 무기도

만들고 만들고 또 만들어 내도 좋고, 좋고, 다 좋다는 이것들

 

 

아내자, 쓸어 내자, 잘라내자. 돈독 올라 눈에 뵈는 게 없는 것들

권력 맛에 혓바닥 갈라져

똥, 된장 가리지 못하는 것들 이것들과 등 돌리지 않으면

손발 놀리고 몸 놀려 일하는 우리 모두 살길이 없다.

오갈 데가 없다. 일어서자, 일어서자, 일어서자.

 

 

강허달림 드러머

음, 자네 내일 또 올 생각 없나?

 

윤구병 농부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