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정명훈

원조시지프스 2015. 1. 23. 11:47

 

 

아시안컵에서 한국팀의 선전이 고무적이다. 레전드 차범근을 빼다박은 차두리라는 큰형이 떠오르는 샛별들과 하나가 되어 지지 않는 축구를 보여준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펼쳤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뒷맛이 쓴 법인데 4강 진출 시점까지 그런 게 없어 좋다. 공은 둥글다지만 지구촌 수준에서는 엄연히 질적인 차이가 있는 아시안컵이라도. 사실 작년 월드컵에서 아시아권 국가들이 보여준 결과는 참혹했다. 1승을 거둔 팀이 하나도 없었고 이번 아시안컵의 우승 후보로 지목된 호주는 3패로 최악이었다. 나머지 한국과 일본, 이란이 1무 2패 붕어빵 성적표를 받았다. 이런 열반끼리의 도토리 키 재기 대회라지만 그래도 국제대회이니 폭정에 허덕이는 대한민국호 국민에게는 몇 안 되는 위안거리다.

 

이런 한국 축구대표팀의 변화에 대해 많고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울리 슈틸리케((Ulrich "Uli" Stielike) 감독의 칭찬에 합류하고 있다. 이건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때와는 또 다르다. 히딩크는 초기에 짝퉁신문 ㅈㅅ에 의해서 오대빵이라는 별명으로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사들은 슈틸리케가 부임하자 왜 한국팀이 반년 조금 넘은 기간에 이렇게 달라졌는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해답은 댓글부대에서 나온다. 한국사회에 역사적으로 만연한 검은 고리, 인맥의 차단이라고. 이런 관점에서 정성용도 피해자다. 그에 대한 댓글 다구리 질은 그만 끝났으면 한다.

 

서울시의 특별조사에서 정명훈의 갑질이 사실로 드러났네. 매니저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항공권을 1320만원어치나 가족에게 지급했고, 시향 대표이사의 사전허가 없이 외부 공연활동을 했고, 특정 단원에게 특혜를 베풀었다고. 그 동안 서울시 시장인 박원순이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준 신뢰감으로 미루어볼 때 이 소식이 언론에까지 공개된 것을 보니 사실일 듯.

 

옛날에 정명훈이 그의 누이들인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개최한 연주회에 간 적이 있었지. 무슨 곡인지 생각 나지 않지만 4악장의 협주곡이었는데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지. 정 씨는 연주를 중단하고 마이크 앞으로 몸을 기울여서 웃으면서 간단히 클래식 음악 감상법을 설명했었지. 비록 간접적으로 줏어듣는 그의 성품과 처신들에 대한 이야기로 인하여 지금은 비호감 인물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지금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왜냐면 장애인들에게는 클래식도 클래식이지만 그런 장소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겠냐는 이해가 있는 행동이었기에. 거기에다 앵콜곡 없기로 유명한 그가 커튼콜 없이 알아서 1+1의 자선을 베풀었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앵콜곡은 언젠가 그가 명동성당에서 들려준 '아멘 마감'이다. 10초나 될까. 음향이 혈관 속으로 침투하여 겨울철의 고독을 녹여준 신비하고 깊이 있는 피아노 선율이었다.

 

그래도 이젠 무료 초청장이 와도 안 찾아갈 것 같다. (부디 시험에 들게 하소서, 아~멘~~.) 주방장의 정신상태가 어떻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그 중국집 또 찾아가겠냐 그거지. 아쉬운 것은 이렇게 나이와 비례하여 공사가 더 심하게 뒤섞이는 자를 처리하는 시장님의 태도다. 서울에도 번듯한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하나 있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나 그것과 디자인 서울을 외치던 오세훈 전임시장의 정신상태와 어떤 차이를 못 느끼겠다. 교향악이라는 건 태생이 귀족적이란 말이지. 우리나라 귀족은 서울시에서 뒤치다꺼리 안 해줘도 알아서 논단 말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좀 더 체계있게 운영하시던가 능력 있는 대한민국 백수 지휘자들에게 오픈하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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