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
비 그치고
막차를 기다리고 선 가리봉의 밤
차는 오지 않고
밤바다 쪽배마냥 작은 리어카를 끌고 온
한 노인이 내 앞에 멈춰 선다
그이는 부끄럼도 없이 휴지통을 뒤져
내가 방금 먹고 버린 종이컵이며
빈 캔 따위를 주워 싣는다
가슴 한 가득 안은 빈 캔에서 오물이 흘러
그의 젖은 겉옷을 한 번 더 적신다
내겐 쓰레기인 것들이
저이에게는 따뜻한 고봉밥이 되고
어떤 날은 한 소절의 노래
한 잔의 술이 되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니
목이 메인다. 눈물이라도 돈이 된다면
내 한 몸 울어줄 것을, 어둔 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섰는가
저기 두 눈 뜨고는 말 한마디 못하고 선
내가 실려 가는데
저기 두 눈 뜨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선
한 세월이 멀어져 가는데
- 송경동, 막차는 없다 -
길 위에 서는 자는 안개도 짐이 된다
길 위에 서는 자는 이슬도 짐이 된다
누더기, 누더기,
되새김질할 틈이 없다
덧꿰맨 흉터가 또 터진다
상처는 가만두어도 비집고 나오는 것이니
저 파도 검센 흙바다를 언제 건너나
해를 등짐 지고 나온 바람이
길게 그를 눕혔다
- 유용주, 길 위의 날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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