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장국현

원조시지프스 2016. 4. 27. 21:37

 

 


보다 뛰어난 창의력을 막아서는 것이라면

도 바다도 그냥 없어져야 할 생태계의 적

30여 그루 잘라낸 거 뭐가 그리 큰일이랴

 

 

장하다, 사/진/작/가 장국현.

국민의 자산에 대해 나무 한 그루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금을 때리신

현명하고 너그럽고 관대하신 대구지법 영덕지원 염경호 판사님은 더욱 장하셔요.

 

 


 

 

절망의 재판소
세기 히로시 지음, 박현석 옮김
사과나무·1만5000원

 

 

세기 히로시(60) 메이지대 법과대학원 전임교수. 도쿄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1979년부터 33년간 일본 최고재판소 등에서 일한 엘리트 법관이었다. 법조계 주류에 섞이기를 거부하며 연구와 글쓰기를 통해 ‘옳은 소리’를 계속하다 눈밖에 난 그는 2012년 결국 대학으로 갔다. 올해 초 출간돼 화제가 된 저서 <절망의 재판소>에서 쏟아낸 그의 일본 법조계 비판은 통렬하다 


 

“그 구성원(법관)에게는 참된 의미에서의 기본적 인권이 없다. (…) 인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도의 노예, 정신적 수용소의 수감자에 가까우며, 억압도 매우 심하다. 그 구성원이 정신적 노예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를 지킬 수 있겠는가?”

 

세기 교수는 ‘커리어 시스템’으로 요약되는 일본의 법관·재판소 체제를 “한마디로 비인간적인 시스템”이라고 재단한다. 그가 “스모 선수의 순위표와도 같이 세밀하게 구분된 상하 계층적 관료시스템”이라고 한 일본 법조 커리어 시스템은 젊은 나이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합격자가 수습기간을 거쳐 그대로 재판관이 되는 체제다. 이는 상당 기간 변호사 등의 다양한 법률가 경험을 쌓은 사람들 중에서 재판관을 선임하는 영·미식 ‘법조 일원(一元)제도’와 대비된다. 유럽대륙 전통의 커리어 시스템은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분위기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체제유지형 상부층의 눈치를 살피는 상명하복의 노예체제로 전락하면서 전면적인 저급화·황폐화가 급속히 진행된다.

 

2차대전 뒤 유럽은 민주적·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시스템 결함을 수정했다. 독일식을 본뜬 일본 역시 패전 뒤 상당 기간 그런 분위기를 유지했다. “약간은 차갑지만 공정하고, 중립을 지키고, 청렴강직하고, 우수한 재판관, 고집스럽고 융통성은 없지만 성실하고 논리적이며 출세 따위에는 연연해하지 않는” 일본 재판관들이라는 이미지는 그 시절에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장기집권한 자민당이 그런 자유주의적 분위기가 정권 유지에 유해하다고 판단하고 우익 이시다 가즈토(재임 1969~1973)를 최고재판소 장관(대법원장)에 앉히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이시다는 다수파였던 자유주의 법관들을 초토화했으며 청년법률가협회 소속 법관들과 좌파 법률가들을 재임용 거부, 부당 인사, 인사를 미끼로 한 탈퇴 공작 등을 통해 쓸어버렸다. 보수우익화는 야구치 고이치 장관(1985~1990), 다케사키 히로노부 장관(2008~2014)을 거치면서 완성됐다.

 

그 결과 “모든 재판관은 최고재판소와 사무총국(법원행정처)에 종속돼 (…) 오로지 조직의 규율과 가이드라인에만 구속”되는 ‘감옥’, ‘수용소 군도’의 수감자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법관들은 “미미하고 근거도 없는 등급을 세세하게 만들어서 구성원을 서로 (끝없이) 다투게 하는 생존경쟁의 마력”에 빠져들었고, 출세를 위한 점수 따기에 매달렸다. “소송 당사자의 이름도 얼굴도, 개성도, 소망도, 생각도, 슬픔도 그들(법관)의 머릿속에는 없다. (…) 당사자의 이름 따위는 소송기록이나 수첩의 한 귀퉁이에 적힌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처리한 사건의 숫자와 속도뿐이다.”

 

세기 교수는 그리하여 일본 법조계 전체는 순식간에 부패했다고 했다. 상층부가 저열화했고 그들의 눈치만 잘 살피면 출세길이 보장되는 법관들은 사건처리 속도에나 신경쓰면서 소송 당사자들의 화해를 강요하고 골치 아픈 판결문 쓰기를 기피했다.

 

세기 교수는 일본 법관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A형은 인간미가 풍부하고 단점까지도 포함해 개성이 넘치는 법관들. 이들은 전체의 5%, 후하게 쳐서 6~7%다. B형은 성공했고 머리도 좋으나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없는 유형(슬퍼하는 능력이 결여된 톨스토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형)으로 45%. C형은 속물, 순전한 출세주의자들로 40%, D형은 분류 불가능형 또는 ‘괴물’들로 10%.

 

세기 교수가 법관들의 세계를 까발리는 데 동원한 개념어들은 다음과 같다. 내면성 결여, 나약한 존재,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성, 타인 부재, 공감과 상상력 결여, 자만심과 허영, 질투, 인격적 미숙과 유아성, 자기규제와 억압, 지적 태만…. A형에 속했을 그는 결국 법복을 벗었다. 그는 커리어 시스템을 법조 일원체제로 바꾸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일본 커리어 시스템을 모방해온 한국이 최근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미국형 로스쿨체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커리어 시스템의 폐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한국 법조계가 더 나아서가 아니라 세기 교수 같은 양심적이고 용감한 법조인이 더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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