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고현철 2

원조시지프스 2016. 5. 13. 20:29

부산대학교 제20대 총장으로 전호환 교수가 5월 12일 임명됐다.

2015년 8월 17일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고현철 교수가 '총장 간선제'를 반대하며

투신 사망한 후 총장 공석이 된 지 9개월 만이다.

대한민국 국공립대학 가운데 유일한 직선제 총장이다.

 4·13 국회의원 선거 덕분이기도 하지만 고인의 희생이 가장 큰 몫을 했다. 


[고 고현철 교수님의 유서 전문]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드디어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학교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일 뿐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란 점이다.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사건부터 무뎌있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무뎌져 있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학에서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는

오직 총장직선제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 중 하나이며

국·공립대를 대표하는 위상을 지닌 부산대학교가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이라도 이런 참당한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사를 봐도 부산대학교는 그런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다.



총장직선제 수호를 위해서 여러 교수들이 농성 등 많은 수고로움을 감당하고

교수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에 대한 뜻이 여러 차례, 갈수록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총장간선제 수순 밟기에 들어가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무뎌있다는 방증이다.

대학 내 절대권력을 가진 총장은 일종의 독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수회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이 들어갔고, 오늘 12일째이다.

그런데도 휴가를 떠났다 돌아온 총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다면, 이제 방법은 충격요법밖에 없다.

메일을 통해 전체 교수들에게 그 뜻을 전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교수끼리 보는 방법으로

이미 전체교수 투표를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상황에서 별 소용이 없다.

늘 그랬다.

사회 민주화를 위해 시국선언 등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나도 그동안 이를 위해 시국선언에 여러 번 참여한 적이 있지만, 개선된 것을 보고 듣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8·90년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방식으로 유인물을 뿌리는 게

보다 오히려 새롭게 관심을 끌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지난 날 민주화 투쟁의 방식이 충격요법으로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그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근래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한 내 자신 부끄러운 존재이지만.

그래도 그 희생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몫을 담당하겠다.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할을 부산대학교가 담당해야 하며,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걸 감당할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무뎌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각성이 되고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가 굳건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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