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기도: 시국기도문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어두운 권력을 사라지게 하시고
이 땅에서 오로지 당신의 정의만 흐르게 하소서.
가난하여 눈물 흘리는 사람 없게 하시고
억울하여 하소연 하는 사람 없게 하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착한 사람이 대접받게 하시고
이 땅에서 의로운 사람이 인정받게 하소서.
당신의 법에 따라 죄인들이 참회하고
국민들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 이루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마침기도 전, 신부님이 할머니께 오랜만에 오셨다고 안부를 여쭈었다.
'바쁘게 잘 지내'셨다고 하니 '어떻게 바쁘셨어요?' 물으셨다.
'낙선운동 하면서 김을똥이도 떨어트리고 ...'
신부님은 미사 끝내 봤자 박수 한 번 없는데
할머니는 짧은 말씀에 박수를 세 번이나 받으셨다.
심술궂은 신부님이 묵직한 화두로 미사를 끝낸다.
"여러분은 여기에 세월호 사태만의 해결을 바라고 오시지는 않는가요?"
명치끝이 아리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저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시는 그 순간까지.
아빠 따라 놀러온 아가
구김살과 티 없는 그 아름다움
수녀님들 뺨 친다.
비록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980년대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 연수 시절 당시
미국에서 망명생활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관찰해 상부에 보고했던 것도
시간이 흐르자 최근에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국정원의 행태도 그 사실 관계가
꼭 밝혀져 진실규명이 이루어질 기원합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광화문 대리석 바닥에서 색색의 바통들이 올라오자
봄향기가 할미꽃이 되고 여름이 워밍업에 들어간다.
대여섯 개 패턴으로 물놀이 재단을 만든 의식은
고동치는 심장들의 배터리로 세월의 리셋을 잊는다.
작년부터 그랬으니
"부활의 전제는 죽음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눈앞에 둔 이날의 미사에서는 천주교 최고의 명절인 부활절의 즐거움을 되새긴다.
신부님 '차 빼달라'는 연락으로 강론이 잠시 중단되고 신부님 기억과 휴대폰 속의 강론 내용이 순서에서 틀어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아픔과 고백 없이 부활의 기쁨을 날로 먹자는 흑심에 일격을 가하는 강론에 모두 답한다. '평화를 빕니다. 사랑합니다.'
말이라도, 이런 말씀이 체질화되고, 체질화는 다시 부활의 징검다리가 되라고.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바람막이도 별무신통
신부님 우측의 촛불은 켜도 켜도 꺼진다
좌파 승!
한 여성이 사진은 어따 쓰냐 묻는다
내가 묻고 다니는 질문이 그건데.
마침기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
자비로우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십자가 희생이 우리의 구원이 되었듯이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하소서.
무관심과 세속의 영욕 속에서
안일하게 살아온 저희의 죄를 뉘우치오니
용서와 지비를 베푸시고,
유가족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힘과 용기를 주소서.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비리로 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우리에게 시대의 징표를 알아볼 수 있는
신앙의 눈을 밝혀 주시고
고통당하는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하느님의 뜻을 귀담아 듣게 하소서.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위로자이신 통고의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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