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미사

광화문의 2016 후반기 1: 세월호 진실 촉구 미사

원조시지프스 2016. 6. 3. 16:45

시작기도: 시국기도문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어두운 권력을 사라지게 하시고

이 땅에서 오로지 당신의 정의만 흐르게 하소서.

가난하여 눈물 흘리는 사람 없게 하시고

억울하여 하소연 하는 사람 없게 하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이 땅에서 착한 사람이 대접받게 하시고

이 땅에서 의로운 사람이 인정받게 하소서.

당신의 법에 따라 죄인들이 참회하고

국민들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 이루소서.


저희 어머니의 땅,

저희 아이들의 땅,

이 땅은 민주공화국

어서 오소서, 당신의 평화.



잊지 않겠다는 약속

약속을 지키겠다는 실천

별첨이 더 예쁜 미사.



지혜로운 농부는 어디에 밀알을 뿌려야 최고의 이익이 날지 알고

진정한 하느님의 사제는 어디에 뿌리를 박아야 성경의 밀알이 될지 안다


갈 때마다 고리타분한 내 거 손바닥 위에 하나씩 꺼내 드리고

준 만큼 일일이 꼼꼼하게 철저하게 내 심장으로 다 받아 챙긴다

평화.


엄마는 미사 내내 소리죽여 울었다.




어머니의 미사포


외국 할머니, 오뉴월 감기에 취하신 듯

감격한 표정으로 노숙 성당 곁을 못 떠나실 때,

신부님이 말씀하신다.

'사랑 그거 함부로 주지 마세요.

내 몸을 푹 담그고 저절로 넘쳐나는 분량

그 걸로 주세요, 흘러가게 하세요.

자신은 먹지도 못하는 사랑 함부로 보내지 마세요.'

대리석 바닥을 튀기는 가랑비같은 사랑 찌꺼기들

개미 눈꼽 만큼일지언정

감히 도시를 적신다.



오늘 신부님은 기도에 대해 말씀하신다.

'부럽지만 하느님은 개신교 신자들의 기도를 더 잘 들어주시지 않을까요.

그 분들의 기도에는 더 적극적인 행동이 수반되니 말이죠.'


마침 젊은 친구 한 명이 미사 시작 시각에 맞춰 사이클을 타고 도착했다.

광장에 설치된 유가족들의 세월호 사태에 대한 사진과 글을 읽기 시작했고

이윽고 노숙 성당의 사방을 카메라에 담는다.

행동하는 신부님의 설교가 젊은이에게 통한 거야, 이건.

그래서 그의 카메라 영상이 진실의 메시지가 되어

망에서 망으로 퍼져 사람을 낚는 그물이 될 것이야, 정말.

마침기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바치는 기도


자비로우신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의 십자가 희생이 우리의 구원이 되었듯이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

세상을 정화하는 소금,

양심의 횃불이 되게 하소서.

무관심과 세속의 영욕 속에서

안일하게 살아온 저희의 죄를 뉘우치오니

용서와 지비를 베푸시고,

유가족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힘과 용기를 주소서.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비리로 인한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를 비추어 주소서.

우리에게 시대의 징표를 알아볼 수 있는

신앙의 눈을 밝혀 주시고

고통당하는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하느님의 뜻을 귀담아 듣게 하소서.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위로자이신 통고의 어머니,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