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6일 자정 직전에 충격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2016서울국제음악제(SIMF / 조직위원장 임성준) 예술감독이자 작곡가인 류재준이
자신의 곡을 초연 지휘하기로 한 구자범 지휘자가 잠적해서 어쩔 수 없이 대타 지휘자를 구했다고.
친일파 음악인 홍난파를 기린 난파음악상을 거부하고 폴란드 정부 1급 문화훈장을 받은
류재준 예술감독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니 그 글의 무게감 얼마만 하리요.
그러나 나는 이미 언론의 농간으로 구자범을 한번 (혼자서) 난도질한 이력이 있는 사람 아닌가.
작곡가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구자범의 잘못이라면 '사람들 앞에서' 뭔가 전문적인 사항을 지적한 거였다.
그러나 그 잘못이라는 것도 하루만에 잘못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사람들이라는 게 단 세 명이었다나 어쨌다나.
하루만에 자책 모드로 돌아선 류재준은 사과의 글에서 또 실수를 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그 이면의 사정을 알 수도 없는 구자범의 과거 행동을 거론한 것.
'내 탓이오'를 세 번 외쳐야 완전한 회개가 이루어지는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다가 '근데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라는 통회의 기도라니.
그러면서 이 음악제와 관련된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구자범 지휘자가 무료로 지휘봉을 잡았다는 사실.
공인된 프로가 말이지.
새삼 류재준이 구자범을 변호하며 쓴 글 "패자를 위한 변"을 찾아 읽었다.
아마도 그 글의 내용이
이번 사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판단.
류는 처음부터 구에게 다가서지 말았어야 했다.
(그 반대든)
두 사람은 결이 다르다.
똑같은 지식을 가졌다 해서 똑같은 명예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
장삼이사야 지식이고 뭐고 다 먹고살자고 부리는 것이지만
지식의 높이가 하늘만큼 높은 경지에 도달하면
지혜의 폭과 깊이,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진정성이
명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
···
아닐까.
짝퉁께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돼도 협치가 없음을 실증하셨던 바
대체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면 협력이나 협업은 요원한 것.
그저 두 분은 앞으로 나름 각자의 분야에서 모두 성공하시길 빈다.
예술의 전당 공연은 1주일 전까지 예매를 취소하면 100% 환불된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