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과부가 복지, 자유, 언론 삼남매를 키우며 살았어요.
엄마는 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 도시 외지인들의 투기물인 동네 논으로 품팔이를 나갔어요.
하루는 엄마가 혼자 일을 하다 장터에서 들려오는 섹소폰 소리를 듣고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불렀어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떨어져 가지 말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앞에 가며 너 뒤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너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
그런데 그 노래를 마침 낮술하고 직장으로 귀가하던 이 동네 호랑이가 듣고 말았어요.
평소 과부의 미색에 침을 흘리고 있던 이 새끼는 냅다 과부에게 달려가더니
품 안에서 호패를 꺼내 흔들고는 함께 갈 것을 명령하였여요.
(아니, 누가 저 보고 함께 가자고 그랬냐고요ㅜㅜ.)
엄마는 혼비백산하여 '한 번만 살려달라'고 손발이 다 닳도록 빌었어요.
그러자 호랑이가 말했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떡허죠. 고구마밖에 없는데."
"뭣이 어쩌고 저째!" 호랑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어머니의 팔·발·몸을 닥치는 대로 먹어 버렸어요.
그리고는 속옷부터 겉옷까지 어머니로 위장하여 삼남매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어요.
먹은 게 잘못되었나 걸을 때마다 괴상 야릇한 느낌에 '야옹야옹' 비명이 나오고 온몸이 비비꼬였어요.
집 앞에 오자 엄마 목소리를 흉내내어 비음으로 말했어요,
"얘~~드라, 엄마가 왔다. 이 무 녈어라."
그러나 영리한 막내 언론이는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는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닌데요. 증거를 대세요."하고 요구했어요.
배운 게 도둑질밖에 없는 호랑이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문틈으로 ㅈㅅ일보를 집어넣었어요.
그 신문을 보고 누나 복지와 남동생 자유가 "으악!" 외마디 비명을 질렀어요.
그러나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언론이는 '글'만 보고 그냥 문을 열어버렸어요.
배가 고플때면 엄마의 무릎 위에 누워 엄마가 읽어주던 책들을 간식으로 먹었기에
언론이는 글이라면 다 좋은 것인 줄 알았던 거지요.
문이 열리자마자 호랑이가 와락 달려들더니 제일 어린 언론이를 한입에 먹어치워 버렸어요.
"빨리 도망가자!"
복지와 자유는 뒷문을 열고 좆나게 뛰어서 동네에서 젤로 높은 굴뚝 꼭대기로 올라갔어요.
"어흥! 이 놈들, 게 섯거라!"
언론만으론 아직도 식욕이 차지 못한 호랑이도 굴뚝 위로 악착같이 따라올라 왔어요.
꼭대기에 먼저 오른 누나가 화급하게 하느님께 빌었어요.
"3성(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 밧줄!!!!!!!!"
남동생도 꺼이꺼이 울면서 올라가다 "아멘!"하고 큰소리로 외쳤어요.
그러자 이게 웬일이니 ~ 하늘에서 밧줄이 턱 내려왔어요.
호랑이도 빌었어요.
"하나님, 나도!!!!"
정말 밧줄이 내려왔어요. 그러나 썩은 밧줄이었어요.
하늘로 올라가던중 밧줄이 끊어지자 호랑이는 엄청난 번지점프에 들어갔어요.
한참 떨어지다가 '그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지' 생각하곤
손에 든 밧줄을 자세히 살펴 보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썩은 동아줄 한쪽 마디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지 뭐예요.
창자가 뒤집어지는 속도의 분위기에서도 호랑이는 눈썹을 날리며 얼른 거기에 쓰인 글을 읽어 봤어요.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넌 자식아, '하느님'하고 '하나님'도 구분 못 허냐?"
호랑이는 다시 정신을 잃고 수숫대에 위에 떨어져 죽었어요.
그때부터 수숫대는 붉은 색을 띄게 되었어요.
"어머 어머, 못된 호랑이는 저렇게 죽는구나. 우리는 이제 살았어.
그럼 이제 하늘에 도착했으니 나는 해가 될게. 아우야, 너는 달이 되라."
복지 누나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어요.
"얘들아, 그럼 엄마는 구름이 되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으마."
호랑이 몸속에서 빠져나온 엄마의 영혼도 아이들을 감싸며 말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하늘에는 해와 달과 구름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데
불쌍한 언론이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답니다.
그러나 이 날은 엄마 구름이 없었어요. 또 어딜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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