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길

봄의 소식

원조시지프스 2014. 3. 28. 07:23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 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렷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몸 단장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신동엽 (申東曄)